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산책하다가 선물받은 미스김 라일락 꽃다발

by 밀리멜리 2022. 6. 4.

반응형

저녁 산책을 하던 중, 어느 집 정원에서 꽃향기가 확 풍겼다.

예쁜 꽃

자세히 살펴보니 조그만 핑크색 꽃이었다. 이름이 뭘까?

구글 렌즈로 꽃이름을 알아보려고 사진을 찍었다.

 

구글렌즈로 꽃이름 알아보기


결과가 너무 신기했다! 

 

이 꽃의 이름은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름이 미스김이지?

 



1947년, 미국의 원예가가 한국에 와서 라일락 꽃을 심었는데, 미스김은 그 원예가의 도우미였다고 한다. 미스김의 이름을 따 이 꽃의 이름이 미스김 라일락이다.

미스김 라일락은 다른 라일락보다 작고 덤불처럼 자라는데, 향기가 좋고 예쁜 연보라색 꽃을 피운다고 한다.

꽃이름이나 학명을 보면 재패니즈나 차이니즈가 많은데, 한국의 이름을 딴 꽃이 있다니 정말 반갑다.

핸드폰으로 이 검색결과를 보고 있는데, 어느 여자가 다가와서 말했다.

"꽃 치지 마세요!"
"네? 아, 냄새가 좋아서 보는 거예요."
"아, 그랬군요. 미안해요. 제가 여기 관리하는데 자꾸 꽃덤불을 툭툭 때리고 가는 사람이 있어서 제가 예민했네요."
"여기 다 직접 심으신 거예요? 꽃도 너무 예쁘고, 냄새도 너무 좋네요."
"고마워요. 제가 여기 산 지 32년 되었거든요. 정원은 제 자랑이에요. 혹시, 꽃가지 좀 잘라 줄까요? 집에 꽂아놓으면 향기도 좋고 예쁠 거예요."
"어... 네?"
"드릴게요! 어차피 라일락이 너무 잘 자라서 다른 애들이 빛을 못보거든요. 가지치기를 해야 해요."
"고마워요!"

정원가위를 가지고 라일락 가지를 툭툭 자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렇게 많이 잘라도 되는 건가요? 

 


덕분에 라일락 가지를 한아름 받았다.

"우와, 정말 고마워요. 저는 집에서 조그만 화분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정원도 가꾸고 싶어요. 지금은 다육식물만 갖고 있어요."
"그래요?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 정원 관해서라면 다 도와줄게요. 아, 그리고 화분을 키운다니 공기정화식물도 하나 줄까요? 우리 집에 많거든요. 거미식물이라고 알아요?"
"아? 거미식물은 처음 들어보는데... 또 준다고요? 고마워요!"

미리암은 집안에 들어가더니 또 식물 하나를 들고 나왔다.

"자요. 얘는 물도 많이 먹고, 햇빛도 많이 봐야 해요."

하고 또 선물을 받았다.

 

공기정화식물 거미식물

우와... 꽃집에서 사면 최소 12달러가 넘는 식물을 그냥 공짜로 주셨다!

"어디 사람이에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참, 이 라일락 이름도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한국에서 심었던 라일락이래요! 아셨어요?"
"와, 전혀 몰랐어요. 나도 몬트리올에서 오래 살았지만 여기 사람은 아니고 프랑스 출신이에요. 아참, 우리 집 앞 편의점도 한국 사람이 운영했는데, 판데믹 때문에 닫았어요."
"아, 저도 알 것 같아요. 한국인이 운영하는 편의점..."
"그리고 저쪽 골목에도 꽃집이 하나 있는데, 그것도 한국인이 운영해요!"
"와, 저도 모르는 한국 사람들을 많이 아시네요."
"그럼요. 예전 룸메이트도 한국 사람이었어요. 아, 한국 영화 중에 기생충 너무 좋던데... 봤어요?"
"당연하죠. 그 사회 풍자적인 느낌이 좋더라구요."
"맞아요.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특히 날카롭게 풍자하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한국을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영화 속 모습이 실제 한국과 비슷한가요?"
"저는 그렇다고 느껴요. 홍수가 난 건 좀 과장된 감이 있지 않나 싶지만... 아니, 가끔 그런 큰 홍수가 날 때도 있긴 하네요."
"아, 그 홍수 장면은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없으면 안되죠."

모르는 사람과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고 선물까지 받아오다니!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마 미리암이 소중히 가꾸는 정원을 칭찬해 줬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라일락 꽃다발
물컵에 담은 라일락 꽃다발

좋은 이웃 덕분에 집에 라일락 냄새가 가득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