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반차를 내고 병원에 다녀왔다.
아토피 치료 때문에 듀픽센트라는 약을 맞고 있어서, 이제는 6개월에 한번씩 의사를 만나러 간다.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예약을 하고 와도 1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병원 가는 날은 거의 오전시간을 다 써버린다.
아무튼 진료가 잘 끝났다. 의사선생님이 처방전을 써주고, 창구에 가서 다음 예약을 하고 나왔다. 비서인 아저씨가 처방전을 곱게 접어서 편지봉투에 넣어주셨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와서 일을 하는데...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 리스트가 있고 또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아까 그 비서 아저씨였는데...
"전화를 왜이렇게 안받아요? 세번이나 전화했는데..."
"아, 죄송해요. 배터리가 나가있었네요."
"제가 준 처방전을 떨어뜨렸더라구요. 병원 청소하던 스태프가 발견해서 저한테 가져왔어요."
"아, 아.. 네?? 제 처방전 떨어뜨렸다구요?"
"네, 아까 그 창구에 있으니 찾으러 오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몇시까지 병원 문 여나요?"
"우리는 4~5시면 퇴근해요."
이 전화를 받기까지 처방전이 없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정말 나는 왜 이렇게 덤벙댈까...
급한 일이 있다고 말하고 부랴부랴 병원에 달려왔더니, 4시 45분이었다. 클리닉에 가보니 비서들은 모두 퇴근한 이후였다. 😥
아... 헛걸음했군!
내일 다시 와야 한다.
어차피 회사로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여기서도 덤벙대서 그런지 반대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아... 오늘 왜 이러는 거야?
다시 바른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잔뜩 울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잉? 🙄
왜 나한테 자리를 양보해 준 걸까? 나는 지금까지 자리를 양보해 준 적은 있어도 양보받은 적은 한번도 없다. 처음 한번 사양했는데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나도 모르게 고맙다고 하고 앉았다.
아직도 왜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 줬는지 모르겠다...
그냥 매너인가?
아니... 뭐지?
배나와서 임신한 것처럼 보였나? (제발 아니길... 🤔)
어쨌든 자리를 양보받았으니 나도 네 정거장 후에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 주었다.
에이,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다만 좋은 것은 그나마 병원에서 처방전을 떨어뜨려서 주워준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정말 감사하다.
그나저나 남자친구가 벌써 한 소리 할 게 눈에 선해서 미리 잔소리 하라고 말했다.
"나한테 잔소리 할 거 있으면 해, 지금. 참아놨다가 나중에 하지 말고."
"그럼 삐질 거잖아."
"안 삐질 테니까. 덤벙댄다고 나한테 뭐 한 마디 하고 싶은 거 다 알아."
"그래, 알면 됐다. 뭐라고는 안하고 조언 하나는 해 줄게. 너는 성질이 너무 급해. 가방 닫았는지 아닌지도 확인 안했으니까 거기다 떨어뜨렸겠지. 뭐 할 때 확인 좀 해."
맞는 말이어서 반박이 불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일할 때도 좀만 익숙해지면 확인 안하고 넘어갈 때가 많은데, 확실히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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