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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남친이 준비한 까망베르 치즈와 포도, 고구마

by 밀리멜리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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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점심, 남친이 간식으로 치즈와 포도, 빵과 고구마를 준비해 주었다.

 

 

나는 치즈만 따로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프랑스 문화권 사람들은 정말 치즈를 좋아한다. 치즈 종류에도 까다롭고...

 

예전에 어느 프랑스인이 '좋아하는 치즈 종류가 뭐냐'라고 물었을 때, 별로 할 말이 없었다.

 

"그냥... 피자에 들어가는 모짜렐라 치즈 맛있던데요?"

 

피자치즈 맛있는데...

그런데 피자치즈라고 대답하자 상대방 얼굴이 일그러졌던 기억이 난다. 뭐 까망베르나, 브리 치즈 등등 프랑스식 치즈를 말할 거라고 예상한 모양이다. 

 

근데 치즈 종류를 따지는 건 내 남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출생이지만 인생의 반 이상을 캐나다에서 보낸 남친은 대학생 때 프랑스인 룸메이트와 몇 년 지내고 나서부터 치즈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래서 남친은 내가 질색하는 블루치즈도 생으로 잘 먹는다. 블루치즈는 뭔가 발냄새 상한 냄새가 나던데...

 

지난 퀘벡여행 마지막 날, 남친이 낯선 프랑스인과 두시간 이상 치즈 얘기만 했으니 말 다했다.

 

그치만 나는 아직도 치즈 맛을 잘 모르겠다.

 

"치즈가 그냥 다 치즈지 뭐..."

"뭐?! 치즈가 다 치즈라고? 와, 진짜 뭘 모르네!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아니, 브리랑 까망베르도 먹어보고 구다도 먹어보긴 했는데 종류나 차이점도 모르겠고... 맛있긴 한데 굳이 찾아먹을 것 같진 않아. 다 비슷비슷하던데? 피자 치즈 말고... 아!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체다 치즈도 괜찮더라."

"너 슈퍼에서 파는 필름지에 든 거 말하는 거지? 그건 진짜 체다 치즈도 아냐! 가공식품이지."

"가공식품이라도 맛있는데..."

"야! 진짜! 내가 치즈가 뭔지 보여준다."

 

체다치즈... 맛있지 않나?

아무래도 남친은 내가 치즈에 둔감하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난 가공 치즈도 진짜 치즈만큼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진짜 치즈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한 남친은 슈퍼에서 커다란 까망베르 치즈를 사왔다.

 

뤼스틱 까망베르 치즈

"이 치즈 원래 12달러 정도 하거든? 근데 오늘 할인해서 3달러에 사왔어! 까망베르 치즈가 3불이라니 대박이지. 치즈코너에 할머니 할아버지들 얼마나 많았는데! 겨우 하나 건져왔다."

"치즈 코너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

"엄청 많아! 더 많이 사고 싶었는데! 역시 할인정보를 잘 아시는 분들이야. 여기서 치즈 고르고 있으면 나한테 한마디씩 하더라고."

"뭐라고 하는데?"

"그 치즈는 맛없으니 다른 거 고르라거나, 아님 치즈 숙성된 건지 아닌지 봐달라고 부탁하거나."

"오, 그렇구나..."

 

 

까망베르 치즈는 사먹어본 적이 있다.

 

이웃집 산드로가 집에 초대해 주었을 때, 정말 맛있는 까망베르 치즈를 먹었는데... 하도 맛있어서 내가 직접 슈퍼에 가서 똑같은 걸 사서 먹어보니 또 그맛이 아니었다. 좀 실망스러운 맛이었다.

 

그래서 까망베르 치즈가 정말 맛있는 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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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친 말에 따르면, 까망베르 치즈는 원래 맛이 비슷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거는 맛있고, 어떤 거는 맛없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니 긴 카톡을 보내준다.

 

"카망베르/까망베르 치즈는 프랑스의 노르망디의 까망베르라는 코뮌에서 (최하위 행정 구역, 한국으로 치면 동? 읍? 정도...) 그 이름을 따옴. 브리 지방에서 와서 숨어지내던 어떤 수도승의 (브리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역사가 깊은 치즈) 조언을 따라서 마리 아렐이라는 치즈 제작자가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가 있어. 이 전설적 여성은 노르망디 지방에서는 계속 까망베르 치즈의 창시자로 존경받고 많은 이들에게 까망베르를 대중화 시킨 인물로 인정 받음. 나폴레옹 3세도 먹어보고 왕실의 권위로 ㅇㅈㅇㅈ 👌 했다고 함."

 

"어, 어... 그랬구나."

 

"눈으로 보면 브리나 까망베르 둘 다 먹을 수 있는 치즈 껍질이 (rind 라고 함) 유산균 덕에 구름처럼 보송보송하게 보이고 뭐 엇비슷해 보이지만 먹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게 브리는 좀 더 맛이 순하고 촉촉하고 크림 같은 반면 (열을 가해 퐁듀 시키지 않은) 까망베르는 더 고소하고 강한 맛이 두드러짐. 소가 어느 계절에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서도 맛이 천차만별! 매우 중요함. 늦은 봄이나 여름에 길게 자란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든 까망베르와 겨울에 옥수수 등의 여물을 먹고 자란 소의 유유의 까망베르는 맛과 향도 다 다름. 우리가 먹은 Le Rustique 치즈 브랜드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기는 대중적인 브랜드고 치즈 통에 "de printemps, au bon lait normand", 노르망디 우유로 만든 봄철 치즈"라고 적혀있지만 물론 방목하며 풀만 먹은 소의 치즈보다는 향이나 그 깊은 맛이 덜함. 그래도 존맛탱! 😆🤩"

 

암튼... 그렇다고 한다.

 

그래... 뭐라 대답해야 할지...

 

치즈 얘기로 정말 할 말이 많구나!

 

어째서 남친이 프랑스 사람하고 치즈 얘기만 두시간을 넘게 할 수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까망베르 치즈 퐁듀

나는 치즈를 생으로 그냥 먹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녹여서 빵에 찍어먹으니 맛있다.

 

그러다 좀 텁텁해지면 포도를 몇 알 먹고, 또 다시 치즈를 먹으니 맛있다!

 

음, 프랑스 사람들이 왜 와인과 치즈를 함께 먹었는지 알 것 같다.

 

치즈를 먹고 나면 포도가 더 새콤달달해지고, 포도를 먹고 나면 또 치즈의 고소한 맛이 진해진다. 단짠단짠의 원리로구만.

 

 

고구마도 함께 먹었다.

 

고구마는 역시 한국이 최고다. 여기껀 너무 퍽퍽한 느낌...

 

퍽퍽함을 덜어보고자 버터를 발라본다. 그래도 향만 좋지 부드러워지진 않는다.

 

 

아무튼 건강 간식이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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