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컬쳐리뷰/책 리뷰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 독후감, 줄거리, 인상깊은 부분

by 밀리멜리 2022. 6. 14.

반응형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억압적이고 공부를 강요하는 환경에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져버리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학생 시절 읽었을 땐 공부 스트레스가 심할 때였으니 묘하게 동질감이 갔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읽으니 '왜 결말이 이래?'하는 생각이 든다. 내 처지에 따라서 감상이 이렇게 다르다니 신기할 뿐이다.

 

 

 

 줄거리

 

한스라는 소년은 독일 시골마을에서 공부 좀 꽤나 하는 학생이다. 다른 친구들이 기계공처럼 몸쓰는 노동을 직업으로 찾아 떠날 때, 한스는 신학교를 준비하기 위해 시험을 치러 간다. 한스만이 유일하게 시험을 치러 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스는 그 모든 부담을 떠안고 하루하루 시험을 준비해 나간다. 시험준비 루틴은 꽤 빡빡하다.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는 학교 수업,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리스어 보충수업, 6시 이후에는 라틴어 복습, 종교 복습이 있고 일주일에 2번 수학 과외가 있다. 한스는 주로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11시나 12시까지 공부할 때도 있었다. 한스는 이런 빡빡한 생활에 잠자코 따라가지만, 시험 때문에 낚시를 금지당했을 때는 서러움에 북받쳐 울기까지 했다. 

 

 

결국 신학교에 2등으로 합격한다. 기쁨도 잠시, 또다시 빡빡한 수업이 계속되어 염증을 느끼던 중 자유로운 영혼의 하일러라는 친구에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하일러는 억압적인 학교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친구를 잃은 한스는 시름시름대다가 결국 성적이 떨어져 신학교를 자퇴하고 목사가 되기를 포기한다.

기대를 한몸에 안고 갈 때와는 달리, 신학교를 자퇴하고 마을로 돌아오니 비웃음과 조롱이 가득하다. 엠마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가 떠나버리자 또 크게 절망한다. 

한스는 늦게나마 기계공의 견습으로 취직하지만, 계속해서 괴로워하다가 술을 마시고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인상깊은 부분

 

한스가 시험을 치기 전의 심리묘사가 무척 인상적이다.

 

한스의 아버지는 아들이 잘났다는 생각에 신나 있지만, 한스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불안해진다. 도시에 도착한 순간 가슴이 억눌리고, 낯선 사람들, 높은 건물들에 멀미가 나며, 도로와 철도의 소음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친절한 아주머니가 초콜릿을 먹으라고 권했지만 곧 언짢아져서 잔디밭에 던져버린다. 합격자가 적다는 말에 낙담하고, 곧 두통이 나며 결국 그날 밤은 초콜릿을 억지로 먹어 질식하는 악몽을 꾼다.

시험 전의 긴장감을 정말 잘 표현했다. 헤르만 헤세도 공부 지옥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모양이다. 이렇게 생생하게 쓸 수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시험 전 불안...

 

한스는 무사히 신학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하일러라는 친구를 만난다. 

 

하일러는 한스와 정반대이다. 시험성적에 목을 매는 한스와는 달리, 하일러는 자유로운 영혼에 시를 즐겨 쓰는 몽상가이다. 하일러는 모두가 끙끙대며 외우는 고전시가를 사기라고 비난하고, 신비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글자 한 자를 더 봐야 할 시간에 몽상가적인 시를 노래하고 있으니, 한스는 이런 친구의 자유로운 모습에 매료된다. 그러다 어느 날, 하일러는 누군가와 다퉈 울적해하고, 한스는 그를 위로하려고 다가간다. 한스는 별안간 친구의 키스를 받는데...! 이 장면에서 깜짝 놀랐지만 작가 헤르만 헤세는 순결한 우정의 표시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심장은 여태 느껴보지 못한 답답함으로 고동쳤다. 이처럼 어두운 침실에 함께 있는 것과 키스 세례를 받은 것은 뭔가 모험적이고 신기하고 위험한 요소가 깃든 것이었다. 이 현장이 발각된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날까 생각했다. 우스꽝스럽고 치욕적일 것이라는 사실이 확실히 느껴졌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피가 세차게 머리로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당장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일러와 헤어지고, 그 슬픔에 못 이겨 학교를 자퇴하고 절망적으로 지내던 한스는 엠마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마침 사과즙 짜는 계절이라 한스와 엠마가 과즙을 함께 짜면서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에 빠지는 순간도 좋지만, 사과 추수철 배경 묘사가 정말 좋아서 사과가 먹고 싶어 지는 부분이 인상에 깊게 남는다.


물방앗간에서는 과즙 짜기가 한창이라 어느 거리에서나 발효되기 시작하는 과즙 향기가 진동했다. 연초록빛 강물과 맨발로 뛰는 아이들, 맑은 가을 하늘이 어우러진 기쁨과 생의 쾌감, 만족감과 유혹적인 인상을 불러일으켰다. 

사과들이 으깨지고 부서지는 소리에 신맛이 돌아 저절로 입안에 침이 흥건히 고였다. 옆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얼른 사과를 집어들어 한입에 덥석 베어물지 않을 수 없었다. 신선하고 달디단 과즙이 햇빛에 적황색으로 웃으며 흘러내렸다. 그럴 때면 으레 감미로운 과즙이 즐겁고도 강하고 달콤한 향기로 주위를 가득 채웠다.

 

 

 

한스는 결국 죽어라 고생만 하다가 술에 취해 물에 빠져 죽는다. 기대했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헤르만 헤세가 어린 시절 학업을 강요하는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죽을 만큼 힘들었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실제로 헤르만 헤세는 신학교에 좋은 성적으로 입학했으나 압박을 못 견디고 도망치고, 경찰에게 잡혀 돌아와 8시간동안 감금당하는 체벌을 당했다고 한다. 이후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받고, 우울증과 신경쇠약을 앓아 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