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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2022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구경하기

by 밀리멜리 2022.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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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페스티벌 기간이다. 공연 프로그램을 봐도 아는 가수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재밌어 보인다.

원래 재즈 페스티벌은 저녁시간이 절정이고 밤 11시까지 계속된다. 나는 밤에 가기가 귀찮아서 잠깐 일요일 낮에 둘러보기로 했다.

"어린이 여러분! 이제 음악을 만들어 볼 거예요."

 

신이 나서 몸이 근질거리는 아이들도 있고, 무대가 어색해서 쭈뼛쭈뼛 엄마를 돌아보는 아이들도 있다.

"자! 불이 들어왔네요. 고! 고! 고!"

불이 들어오면 색깔에 맞게 피아노 건반을 발로 밟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박자가 맞지 않는다.

결국은 조명과 상관없이 신나게 피아노 건반 위에서 뛰어논다.

 

분수대 앞은 아이들 천국이다. 시원할 것 같아!

 

막 벽화를 그리는 사람을 구경했다.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려니 눈이 마주쳤다.

 

원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인사를 거의 하지 않는데, 일하는 곳에서 아무에게나 인사를 하다 보니 조금 익숙해졌다. 이곳에서도 눈이 마주쳤으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림 색감 정말 좋네요."
"아, 고마워요. 그런 말 들으니 정말 좋네요. 여기 몬트리올에 사세요?"
"네, 여기서 산 지 4년 되었네요. 피아노가 울렁울렁하는 느낌이 좋아요. 그림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좋구요. 이름 여쭤봐도 될까요?"
"키아나예요. 반가워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게 그런 느낌이에요. 알아봐 주니 좋네요."
"예쁜 그림 그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나도 고마워요. 축제 잘 즐겨요!"

 

낯선 사람과 스몰토크... 아직 어색하지만 그래도 닥치는 대로 해본다. 

 

그래도 더운 땡볕에 그림 그리다가 칭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힘이 날 것 같다.

시원한 그늘에서 음료수를 마시기도 하고...

나도 더워져서 그늘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대에서는 어느 밴드가 아무 노래나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한 곡이 끝나자 사람들이 짝짝짝 박수를 쳤더니, 가수가 이렇게 말한다.

"고맙습니다. 근데 우리 리허설 중이에요. 쇼는 7시인데 벌써 와서 박수를 주시고... 7시에도 꼭 와주세요.."

이 밴드는 정말 즉흥적으로 아무거나 연주하는 모양이었다. 가사도 즉석에서 지어 불렀다.

"핸드폰이 어디갔나 했더니~ 저기 있었어~ 화면을 보니 배터리가 다 나갔네~ 골치아파~ 우리 쇼는 7시에 시작하는데~ 지금은 리허설 중입니다~"

 

이 가사를 듣고 사람들이 모두 와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몽헤알 와써어어업~~ 반갑습니다!!"

이 가수의 프랑스어 억양이 조금 낯설다고 느껴졌는데, 알고보니 벨기에 출신의 가수란다.

"몬트리올 핫합니까???!!!"
".... 와아...."
"몬트리올 핫합니까??!!!"
"...와아..."
"아, 반응이 미적지근하네요. 하하, 그럴 수 있죠. 저는 벨기에에서 왔습니다. 혹시 벨기에 분 계신가요? 오... 저어기 두명 있네요. 절 모르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하핫..."

처음에 미적지근한 관객들도 노래 한두 곡을 듣고 나자 박수치며 호응이 들어왔다. 

 

약간 조용하고 평온한 느낌의 로파이 힙합이라 나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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