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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집에 있고 싶다가도 막상 나가면 좋아

by 밀리멜리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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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부터 계속 이상한 느낌이 든다. 주말밤에 만나 친구와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나가고 싶으면서도 집에서 푹 쉬고 싶은 마음이 서로 싸운다. 

 

어쩐지 주말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푹 늘어져서 자고 싶다. 그렇지만 집에만 있기에 몬트리올의 여름은 정말 화창하고 시끌시끌하다. 나도 나가볼까? 

 

 

저녁 즈음에 사라와 사라의 친구 에밀을 만났다. 에밀은 사라의 초등학교 친구라고 한다. 어쩐지 집에서부터 미적미적 좀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부담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막상 만나니 괜찮았다. 처음 보는 사람과 할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게 신기했다. 에밀은 정말 특이하고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어의 알파벳이 '자음 모음'이라는 것도 알고, '신기전'같은 중세시대 무기도 이야기하고, 나도 모르는 한국에 대한 근현대사 이야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어리둥절해졌다.

 

"한국의 최초 대통령이 무슨 신흥 종교와 관련있지?"

"뭐? 그건 무슨 소리야? 처음 들어 보는데..."

"내 친구가 프랑스어로 번역된 김일성 전기를 갖고 있거든. 거기서 봤어."

"진짜? 어떻게 그런 책을 갖고 있대? 아마 그런 책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금지된 책이었을 거야."

"아! 그렇겠구나."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는 한국의 이미지는 내가 바라보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케이팝, 한국 음식,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기 이전에는 북한 뉴스 때문에 한국에 대해 들어봤을 터였다. 어떤 매체를 통해 접했느냐에 따라 한국의 이미지가 다 다르겠지 싶다. 그렇지만 김일성 전기라니! 정말 예상 못했다.

 

프랑스어는 아직도 어렵지만, 새로 만난 사람의 프랑스어는 더 어렵다. 각자 억양이 조금씩 달라서 그런가? 익숙한 사람과 대화하면 딱 알아듣고, 모르더라도 감으로 알아듣는 말이 많은데,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하면 "뭐라고? 다시 말해줄래?"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빠동? 빠동?

 

 

몬트리올에 사람이 많아봤자 서울 거리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지만... 이날 밤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여름은 축제의 시기라더니 재즈 페스티벌, 불꽃 페스티벌, 코믹콘까지 3개의 행사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레스토랑에도 사람이 가득 차 음식을 50분 이상 기다렸다. 정신이 없어서 음식 사진 찍는 것도 깜박 했다.

 

그래도 잘 먹고 식당 밖으로 나와서 좀 걸으니, 불꽃놀이 소리가 펑펑 하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지금 불꽃놀이 시작인데 너무 늦었어. 여기서 불꽃놀이 하는 장소는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터지는 소리 들리는 거 봐! 보러 가면 좋겠는데... 어! 저기 멀리서 보인다."

 

불꽃이 빌딩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로컬 출신 에밀이 나섰다.

 

"내가 조용하게 볼 수 있는 장소를 알아."

 

에밀은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이리저리 안내했는데, 과연 조용한 곳에 숨겨진 명당이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을 구경하고, 친구들과 실컷 밤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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