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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채식 콩고기 파이, 씨팟 듀 쟈댕

by 밀리멜리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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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마리-크리스틴과 함께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오늘 점심메뉴 뭐야?"

"음... 씨팟 듀 쟈댕(Cipate du jardin)이라는데? 첨 보는 메뉴야."

"뭐, 평소랑 비슷하네. 내가 이따 알려 줄게."

"그리고 버섯 수프. 버섯 수프 맛있으니까 먹어야겠다."

"나도 샌드위치 말고 이거 먹어야겠다."

 

마리-크리스틴이 내가 후식으로 고른 과일주스를 보고 말한다.

 

"어? 과일주스도 고를 수 있어? 나는 커피랑 차만 되는 줄 알았는데."

"식당 앞에 적혀 있어. 이거 육각형 모양 주스, 테트라 팩이라고 부르는 거."

"오... 몰랐는데. 다음엔 나도 주스 먹어야지."

 

육각형 모양의 종이팩에 든 주스를 테트라 팩이라고 한다. 이전에 크리스틴이 가르쳐 준 것! 

씨팟과 버섯수프, 과일 주스

메뉴를 받아들고 빈 회의실에서 함께 먹었다. 씨팟이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내가 말했다.

 

"근데 씨팟이라니, 이름 웃기다."

"그치?"

"왜냐면 한국어로 씨팟이 욕처럼 들리거든."

"그래? 어떤 욕인데?"

"어... 그냥 아무 컨텍스트 없이 발음하기 그런데. 씨파! 하고 세게 발음하면 한국에서 제일 쎈 욕이거든."

"씨파? 그렇구나.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우리도 맨날 욕하는데 뭐, 따바누쉬, 따바웻! 하고."

 

따바누쉬와 따바웻은 퀘벡의 가장 큰 욕 '따바르낙'을 조금 부드럽게 말하는 표현이다. 근데 왜 한국어 욕을 가르쳐 주려니까 좀 부끄러울까 ㅋㅋㅋ

 

"씨팟도 어원이 좀 웃긴데 말야. 사실 좀 역사가 있어. 캐나다 건국 즈음에 영국에서 건너온 거야. 원래 영국에서 이건 씨-파이(Sea pie)야."

 

마리-크리스틴이 갑자기 회의실의 화이트보드에 글을 쓴다.

 

먹다 말고 글을 쓰다니. 역시 넌 천상 연구원이구나...! 

 

화이트보드

 

"원래 씨파이는 영국의 바닷가 선원들이 먹던 거야. 생선이나 해물을 넣은 파이거든. 그런데 이걸 만들던 마담이 영어를 잘 몰라서, 들리는 대로 프랑스어로 썼더니 씨-파가 된거야."

"아하, 재밌네."

"그런데 캐나다로 건너오니 내륙이라 해물이 없잖아? 그래서 그냥 고기를 넣은 거지."

"오오..."

"근데 이 메뉴 이름이 씨팟 듀 쟈댕이랬잖아. 쟈댕이라는 말이 붙으면 채식 음식이야. 그러니까 이건 가짜 고기지."

"어??? 이거 가짜 고기라고?"

"응. 우리 카페테리아에는 채식 메뉴가 거의 없는데, 쟈댕이 붙으면 채식 메뉴야."

 

쟈댕(jardin)은 프랑스어로 정원이라는 뜻이다. 보통 음식 메뉴에 쟈댕이라는 말이 붙으면 샐러드 류가 나오는데...

 

"잠깐, 잠깐. 그럼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쟈댕이라는 말 붙은 메뉴가 있으면 채식메뉴야?"

"음, 그렇지는 않아. 채소가 많이 들어갔을 수는 있지만. 암튼 우리 카페테리아에서만 채식메뉴에 쟈댕을 붙여."

"아하."

 

먹어보니 마리-크리스틴이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콩고기인 줄 몰랐을 것이다. 그냥 살짝 버석버석한 고기인 줄... 요즘 가짜 고기 맛있게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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