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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다시 싱싱하게 살아난 홍콩야자

by 밀리멜리 202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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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요즘 일 어떠냐고 물어왔다. 평소랑 비슷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비서의 하루는 그날그날 다르다. 어떨 땐 몇시간동안 아무 일도 없을 때도 있고, 하루종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자유시간이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해진 루틴이 없이 알아서 일해야 한다. 난 원래 계획을 잘 짜지 않는 편이라서 자유시간에는 그냥 시간을 멍하게 흘러 보내기도 하고, 일이 많아질 땐 갑작스럽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오늘도 갑자기 일이 밀려들어와서 스트레스를 받고 힘이 쭉 빠졌다. 너무 신경을 쓴 모양이다. 그렇지만 별 걱정은 없다. 예전에는 스트레스 받으면 그 상태 그대로 집에 돌아와서 쓰러졌는데, 요즘은 휴식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서, 조금씩이라도 작은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평소 명상한 것도 도움이 된다. 내 마음을 보며 '나 지금 스트레스 받았나?' 하고 되물어 본다.

대답이 '그렇다'라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거나 좋으니 잠시 휴식할 거리를 찾는다. 오늘은 일을 그만둔다는 파니를 불러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

 


"나 다음주 금요일에 그만둬."
"결국 그랬구나. 아쉽지만... 새로 직장은 구했어?"
"응.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두니 금방 찾았어. 정기 채용까지 기다리면 12월에야 옮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 난 12월까지 못기다려! 여기는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 주차도 싫고, 교통체증도 싫고, 회의록도 싫고, 조지아랑도 싸웠어."
"조지아랑 싸웠다고?"
"얼마 전 뭘 물어봤는데 짜증을 내더라고. 그만둔다고 말하니 또 짜증내고. 말투가 너무 기분나빠서 기분이 상했어."
"그랬구나...?"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왜 싸웠는지 알 것 같다. 파니가 그만두면 그 업무는 다 우리에게 오기 때문에... 그런 감정에 휩싸이면 거친 말이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한국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겪어봐서 둘 다 이해가 된다. 물론 나도 일 몇가지가 내게로 오면 지금처럼 평정을 유지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치만, 나중 일이야 나중 생각하지 뭐.

"어휴, 싸우기까지 했으면 정말 여기 있기 힘들겠네. 새로운 직장은 어떤데?"
"음, 아직 잘 모르지만 일단 집이랑 가까워서 주차문제는 안심이야. 그리고 난 다시 클래스 2로 갈거야. 회의록 쓰는 거 정말 싫거든."
"아, 회의록 쓰는 게 제일 힘들긴 해."
"그래도 떠나기 전에 남은 건 다 썼어. 네 개나 되는 걸... 어휴!"
"뭐? 회의록 4개를? 휴가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됐잖아. 벌써 다 썼다고? 대단하다!"
"그래도, 회의록 쓰는 건 이제 못하겠어. 클래스 2로 돌아가면 월급은 좀 작아져도, 삶의 질이 높아지니 그게 훨씬 나아."

회의록 4개 쓰는 데 한 달 정도가 걸렸던 나로선 정말 경이로운 기록이다. 그렇게 잘하는데도 미련없이 가다니! 와... 아무튼, 파니는 정말 떠나는구나. 월급 조금보다 삶의 질을 택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 * *

사무실에 돌아오니, 창가에 놓인 홍콩야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제 홍콩야자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말라 있어서 깜짝 놀랐다. 홍콩야자는 여름철 너무 물을 많이 주면 상한다고 해서 아주 조금 줬더니 말라버린 모양이다. 

 

말라서 시들어버린 잎


상한 잎들을 떼어내고 물을 넉넉하게 줬더니 하루만에 잘 회복한 모습!! 

 

생명력이 놀랍다.

 

다시 쌩쌩


어제는 시들어서 깜짝 놀랐는데... 다행이다.

앞으로 잘 돌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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