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과학수업을 시작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학교의 비서와 랑데부 약속을 잡아서 학비를 내고, 책을 사고 학생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회사에 1시간 외출을 요청하고 랑데부 약속에 갔다. 구글지도를 찾아보니 회사와 학교가 가깝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면 15분이 걸린다고 한다. 굿! (실제로는 헤매서 25분이 넘게 걸렸다. 😂)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가로지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초행길이라 조금 헤맸지만 어렵지 않게 도착했다. 비서가 친절하게도 책이 딱 하나 남았다며 운이 좋다고 건네주었다. 등록비도 싸고, 책값도 비싸지 않았다. 기분 좋게 룰루랄라 책값과 등록비를 치르고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와서 웹사이트를 확인하니, 잉? 책이 잘못되었다... 이걸 어쩐다???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어쨌든 제시된 교과서를 다시 사야 한단다. 으아...! 확인 안 한 내 잘못이지. 비서가 딱 하나 남은 책이라며 줄 때... 그 때 확인했어야 하는데! 어휴.
예약을 잡지 않았지만 일단 책을 다시 가지고 퇴근길에 다시 학교 사무실에 들렀다. 비서 사무실은 비어 있고... 잠깐 기다리니 누군가가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아침에 약속잡고 교과서를 샀는데, 책이 잘못되었어요. 선생님하고 연락해보니 이 책이 아니래요. 다른 책으로 바꿔야 한대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책을 바꾸려면 아침에 있던 그 비서가 있어야 하는데! 왜 확인을 안 하고 그냥 샀어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일단 여기 있어봐요. 한번 찾아볼게요."
하고 그 사람이 사무실 이곳저곳을 뒤졌다.
"아무래도 그 책이 없는데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여기에 책이 없으면? 안내할 때 분명 여기서 책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서점에 직접 가셔야 하겠네요. 지하철 타고 20분 가면 서점이 있어요."
"네? 지금 이 책은 환불 못하나요?"
"환불은 가능한데, 아침에 있던 그 비서가 해줄 수 있어요. 난 못해요. 내일 일찍 다시 오세요. 내일 올 수 있죠?"
"아... ㅠㅠ 확인해 봐야겠어요."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고 저런 일도 생기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미안해요."
"그럼 내일 아침 여기 다시 와서 환불받고 책 사러 또 서점에 가야 한다는 거죠?"
"그래요. 불편하겠지만 지금으로선 그 수밖에 없네요."
아, 어쩐지 뭔가 기분이 너무 좋더라니... 이미 두 번이나 헛걸음을 했는데, 발품을 두 번이나 더 팔아야 한다. 😣
집에 돌아와서 찬이에게 하소연했더니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음, 역시 내 남친은 내가 찡찡거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일 외출 내고, 환불하러 학교 다시 가야겠네. 대신 서점은 너무 머니까, 내가 가서 책 사올게. 나 내일 오전시간 비울 수 있거든."
"우와... 진짜? 고마워!"
"너 혼자 거기 자전거로 다녀오려면 왕복 한시간은 넘게 걸리겠는데? 나는 금방 가."
"오오, 하긴 너가 자전거 타면 엄청 빠르긴 하지."
"해결됐지? 대신 찡찡거리지 마."
"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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