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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앗, 핸드폰 화면이 안 켜진다! 어떡하지?

by 밀리멜리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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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려고 허겁지겁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서지 않는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가끔 도로를 공사하거나 하면 임시로 버스 정류장을 취소시킨다는 안내판이 붙는다. 이 빨간 안내판이 붙으면 정말 버스가 서지 않고 지나친다. 

버스 정류장 취소 안내판

다음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도로 저편에서 막 버스가 오고 있다.

 

아! 저걸 타야지 지각 안하는데? 그런데 여기 서지 않을 것 같고...

 

막 달리려던 차에 썬글라스를 낀 금발의 버스기사 마담이 나를 봤다. 마담이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하더니 버스 문을 열어주었다.

 

오, 다행이다! 열어 줬어.

 

버스를 타니 운전기사가 깐깐한 말투로 말한다.

 

"여기 버스정류장 취소되었으니까 여기서 기다리지 마세요! 다음부턴 안 설 겁니다. 이번에만 열어주는 거예요."

"고마워요, 마담."

  

썬글라스를 써서 더 엄격해 보였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말하는 걸 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몬트리올에는 버스운전기사의 성별 비율이 반반 정도, 혹은 여자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경찰도 여자가 더 많다.

 

도로의 패인 부분을 공사하는가 보다

 

아무튼 마음을 놓고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켰다. 잉? 근데 화면이 안 켜진다. 

 

배터리가 없나? 아닌데, 분명 좀 있었는데...!

계속 전원 버튼을 눌러 봐도 켜지지 않는다.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도 핸드폰 화면이 켜지지 않는다.

 

음....

어떡하지?

어떡하지? 뭐가 잘못되었지? 왜? 

떨어뜨린 적도 없고, 아침에 전화도 잘 되고 앱도 잘 켜졌는데? 계속 검은 화면 뿐이다.

 

일단 충전기에 연결시켰다.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그냥 일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도 핸드폰은 먹통이었다. 하, 금요일 저녁인데 이걸 어째야 하나? 수리가 가능한가? 수리가 가능하다 해도 새 걸 사는 것만큼 비쌀텐데? 약정도 아직 안끝났고...

 

그러나 어쩐지 걱정은 별로 되지 않았다. 일이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후인데도 회의가 잡혀서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어쨌든 참석하고, 끝나고도 일이 조금 남아서 30분 정도 야근을 했다. 정 안되면 예전 핸드폰 쓰지 뭐.

 

집에 돌아오니 찬이가 반겨준다.

 

"좀 늦었네? 나한테 연락하지!"

"그러려고 했는데, 핸드폰이 안 켜져. 오늘 하루 종일 안 켜졌어."

"그래? 어디 봐봐. 배터리 없는 건 아니야?"

"하루종일 회사에서 충전했는데. 아무래도 내 생각엔 옛날 핸드폰을 다시 꺼내서 유심칩 바꿔 써야겠어."

"일단 충전해 놓고, 달리기 하러 가자."

 

오마이갓... 달리기... 피곤한데 😑 

요즘 달리기를 꽤 꾸준히 했다. 일주일에 3번씩, 몇주째 쉬지 않고 계속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치만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귀찮을 때, 하기 싫을 때는 숫자로 3,2,1을 세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몸을 움직인다! (이 방법은 어디선가 자기계발 팁으로 본 것인데 꽤 효과가 좋다.)

 

그러고 보니 달리기도 폰에 의지하고 있었다. 일년 넘게 써온 런데이 앱! 이 앱을 쓰면 페이스 조절하기에 좋은데, 런데이앱 없이 달리기를 하니 기분이 다르다. 

달리기 하다가 본 말타는 경찰

달리기하다가 말타는 경찰을 발견했다! 아, 이건 사진찍어야 하는데 핸드폰이 먹통이니 불편하다. 찬이에게 찍어달라고 하고 카톡으로 받았다. 블로거에게 핸드폰은 정말 필수다.

 

달리기가 끝나고 찬이 핸드폰을 고쳐보겠다고 한다.

 

"야... 너 진짜 똥손이네, 똥손."

"뭐?"

"그렇잖아, 너 전자기기 쓰면 고장 잘 나잖아. 노트북도 그렇고, 핸드폰도 그렇고,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음... 반박하고 싶지만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네."

 

달리기 하느라 땀을 흘려서, 샤워를 하고 나온 사이에 찬이가 소리를 질렀다.

 

"핸드폰 켜졌다!!!"

"뭐? 진짜? 어떻게 했는데?"

"비밀이지롱."

"오~ 뭐야, 진짜 켜졌네! 너 금손이네?"

"넌 똥손이고."

"뭐래...😑"

"하하, 근데 금보다 똥이 더 중요한 거 알지? 똥을 잘 싸야 건강한 거야. 금붙이 아무리 많아도 똥 못싸면 아무 소용 없어."

"야... 진짜 말이라도 못하면! 근데 진짜 어떻게 한 거야?"

"진짜 간단해. 30초동안 전원버튼 꾹 누르고 있으면 돼."

"그럼 고장났던 게 돼?"

"아마 어디선가 충격을 받은 걸 거야. 근데 30초동안 전원 버튼 누르면 공장 재부팅이 되거든."

"그럼 30초동안 누르고 있었어?"

"응, 그러니까 되는데?"

 

와, 다행이다!!

 

오늘은 '다행이다'라는 말을 할 일이 많았다. 다행스러운 날이네. 아무튼 핸드폰은 잘 된다는 사실. 

 

핸드폰이 먹통이 되었을 땐 전원 버튼을 30초 눌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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