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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쓰레기통을 뒤지는 다람쥐에게 카라멜 선물

by 밀리멜리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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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옆, 동그란 쓰레기통 위에서 다람쥐가 먹을 게 없나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먹을 거 찾기에는 쓰레기통이 좋겠지 싶다가도 뭔가 안쓰럽다. 

잠깐 눈을 돌렸는데, 어디선가 각각각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잉? 뭔가 싶어서 보니 다람쥐가 빈 플라스틱 통을 쓰레기통에서 꺼낸 모양이다. 

각각각각... 열고 싶어!

아, 저 통은 우리 회사 카페테리아 식당에서 쓰는 케익통인데...
딱 봐도 빈통이다. 열심히 열어봤자 어차피 아무것도 못 먹을텐데...

그래도 달달한 냄새가 나니까 계속 열려고 하는 거겠지?

다람쥐의 각각각각 거리는 소리는 계속된다...

 

이 장면을 보니 맘이 아프다. 플라스틱도 아깝고 다람쥐도 안쓰럽고.

 

너무 보기 안쓰러워서 내 가방에 뭐 먹을 게 없나 뒤져봤다.

얼마 전에 동료가 나눠준 카라멜 하나가 있다! 이걸 줘도 되나?

 

카라멜을 손으로 떼어서 다람쥐에게 보여줬다.

다람쥐는 내가 다가서니 흠칫 놀라서 나무 뒤로 숨어버렸다.

 

진짜 웃긴 게... 숨어도 그 나무 뒤에 있는 거 다 보인다. ㅋㅋㅋ 바보 다람쥐! 🐿️

 

자기 몸이 안보이도록 꼭 숨어서 없는 척 하면서, 카라멜과 나를 유심히 쳐다본다.

안 다가올 것 같아서 땅에 떨어뜨리고 물러서니 다람쥐가 재빨리 확인한다.

엇! 강아지다!

멀리서 산책하는 강아지가 오니 뺏길까봐 바로 경계모드에 들어간다.

 

다람쥐가 후다다닥 하며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갔다. 

 

강아지도 카라멜 냄새를 맡았는지 다람쥐를 향해 한번 짖고 계속 쳐다본다.

다람쥐는 나무 위에서는 안심했는지 열심히 먹는다. 손으로 잡고 오물오물 먹는 게 너무 귀엽다.

카라멜을 다람쥐가 먹어도 될까? 좀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쓰레기 먹는 것보단 낫겠지.

 

냠냠냠냠

열심히 먹다가 카라멜이 입에 묻어 끈적끈적한가 보다.

 

나무기둥에다가 입을 쓱쓱 문지른다. 

입 닦는 거 귀엽다 ㅋㅋㅋ

으음 맛있구만

다람쥐가 나무 열매를 먹는다지만... 단 걸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걸 보면 역시 도시 다람쥐는 사람 먹는 걸 먹고 사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쥐가 쓰레기통을 뒤졌으면 징그러워하며 피했을 텐데, 다람쥐가 쓰레기통을 뒤지니 뭔가 안쓰럽고 뭘 주고싶고 그렇다. 이것이 분별하는 마음인가?

아름다운 것도 추한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더러운 것도 없다는데, 그걸 구분하는 건 사람의 마음뿐이지... 원효대사 해골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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