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봉 데뷔, 남자 선생님에게 마담이라고 불렀네!

by 밀리멜리 2022. 9. 5.

반응형

고등학교 과학공부를 시작했다. 4개월 안에 아무때나 책을 읽고 숙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르면 학점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수학을 진짜 오랜만에 해본다. 곱셈 나눗셈부터 새로 하니 머리 안 쓰던 부분을 쓰는 느낌이다. 😅

 

선생님과는 온라인으로 대화할 수 있다. 찬이가 팁을 주었다.

 

"일단 무조건 선생님하고는 친해지면 좋아. 학기 시작하면 아무거나 물어보고. 질문하면 친해질거야."

"오, 그렇구나."

 

그럼... 선생님에게 뭘 물어보지?

 

 

책이 아직 안 왔으니 교과서에 대한 걸 물어볼까 싶어서 선생님의 프로필을 누르고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의 이름은 쟈넷이었다. 쟈넷은 여자이름이겠지? 초면에 선생님을 이름으로 불러도 되나 모르겠어서 마담이라고 불렀다.

 

"봉주 마담! 반갑습니다. 학기는 시작했는데 교과서를 구하기가 어렵네요. 학교와 출판사로 방문했지만 책이 없었습니다. 온라인으로 구매했지만 배송받는 데 10일이 넘게 걸릴 거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봉주,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책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웹사이트 플랫폼에 올라온 파일을 보고 공부하세요."

 

선생님 말대로 책 배송이 느려도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메시지를 보내 놓고 다시 선생님 프로필의 사진을 보니, 아무래도 남자같다! 으음... 마담이라고 벌써 불렀는데, 마담이 아니라 무슈인 것 같다. 아니 근데, 쟈넷이라는 이름은 보통 여자 아닌가? 

 

사진출처: 펙셀

 

사진으로 보니 아무래도 남자였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다른 사람의 성별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는 인식이 있어서, 확신할 수도 없었다. 아무튼 마담이라고 말한 건 실수인 것 같았다. 어쩔까 싶다가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답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마담이라고 불렀는데 아니었나요?"

"저는 남자니, 무슈입니다. 마담은 여자에게 부르는 호칭입니다. 그냥 자넷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아, 자넷.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수업 잘 부탁합니다."

"봉 데뷔 (좋은 시작) !"

 

아... 역시 그렇구나. 남자였어! 🤣

 

이 얘길 떼아에게 해봤다.

 

"있잖아, 그래도 쟈넷이라는 이름은 여자같지 않아?"

"맞아, 여자이름인데, 남자였구나. 그럴 때도 있지. 그런 게 혼란스러우니 아예 처음에 직접적으로 물어봐! 프로놈(Pronom)이 뭐냐고."

"프레놈(prénom, 이름)? 이름은 아는데?"

"프레놈이 아니라 프로놈, 대명사! 그, 그녀 같은 거."

"아..."

"자기 대명사를 '그'라고 말하면 남자인거고, '그녀'라고 말하면 여자인거지."

"오,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그래야 마담인지 무슈인지 알고 대화를 시작하니까."

 

그랬구나. "당신의 대명사가 뭡니까?"라는 질문도 하다니. 또 하나 알게 된 문화의 차이였다.

 

한국에서는 그, 그녀같은 대명사를 안쓰니 이런 상황을 한번도 안 겪어봤는데, 언어 때문에 생기는 이런 상황도 재미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