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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지금 나쁜 일이 꼭 나중에 나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by 밀리멜리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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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고등학교 과학 수업을 앞두고, 나는 교과서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고, 발품팔고, 물어보고 했지만 아직 얻지 못했다. 이 책을 찾기 위해 6번을 허탕쳤다.

 

어쩐지 기분이 좋더라니...! 헛걸음을 했다.

 

어쩐지 기분이 좋더라니...! 헛걸음을 했다.

온라인 과학수업을 시작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학교의 비서와 랑데부 약속을 잡아서 학비를 내고, 책을 사고 학생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회사에 1시간 외출을

milymely.tistory.com

 

며칠 전 블로그 포스팅을 포함해 여러 곳에 책을 구하려 다녔지만 실패했다.


첫번째: 학교에 갔는데 나한테 잘못된 책을 줬다.
두번째: 잘못된 책을 교환하러 갔으나 회계사가 없어서 교환하지 못했다.
세번째: 학교에 교환하러 갔는데 환불만 받고 책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네번째: 다른 학교에 갔으나 책이 없으니 월요일에 다시 오라는 말을 들었다.
다섯번째: 집앞 서점에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없었다.

남의 학교에 가기 전 연락을 해보았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번에도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튼 가보긴 해야 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전거를 세게 밟았다. 

캐나다는 9월이 새학기다. 역시나 학교에는 새로 책을 사러 온 학생들이 바글바글했고, 꽤나 오래 줄을 서서 서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과학책을 찾는데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이 굉장히 앳되보이는 게, 학생들이 책 판매를 담당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서점 구석구석을 찾는데, 아무래도 없는 것 같았다.

"이 책 없네요."
"없다구요? 월요일에 오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저는 그때 안 일해서 몰라요."
"그럼 언제 들어오는지 아세요?"
"글쎄요, 다음주나... 정확히는 몰라요."
"그럼 책 들어왔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게 전화라도 할 수 없나요?"
"저희는 전화는 안 받아요."

이런 말을 듣고 결국 터덜터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여섯번째 시도도 실패다. 점심도 포기하고 갔다온 서점인데... 아니, 교과서 구하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내 책은 어디에...


사무실에 돌아와서 마리-크리스틴에게 하소연을 했다.

"세상에, 그렇게 책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잠깐만, 내가 다니는 대학 사이트에 한번 볼게."
"오, 고마워."

자기 일처럼 검색해주는 마리-크리스틴을 보니 정말 고마웠다. 열심히 찾았지만, 내 책은 고등학교 책이고 마리-크리스틴은 대학 석사과정을 하고 있으니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고등학교 책이라 그런가 봐..."
"흠, 잠깐. 쟝한테 고등학생 아들이 있으니 물어보면 어때?"
"쟝에게?"
"쟝, 혹시 집에 아들이 배우다 버린 책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어?"
"그래, 책 표지 한번 찍어 보내줘 봐. 한번 물어볼게."
"소영이가 이 책을 찾으러 여섯번이나 왔다갔다 했는데 못 찾았대."
"저런, 저런. 모험이군!"

30분 후, 쟝의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책을 다 버렸다고 한다.

"우리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해서 이미 책을 다 버렸다는데? 프랑스에게도 고등학생 아들이 있으니까 한번 연락해 보자고. 걱정 마, 책 찾을 테니!"

 

이 책을 사느라 계속 마음졸이고 헛걸음을 했지만,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니 운동한 셈 치기로 한다. 몸이 힘들지만, 자기 일처럼 책을 찾아주려는 동료와 상사를 보니 정말 인복이 좋구나 싶다. 지금 나쁜 일이 있었지만, 덕분에 주위 사람이 친절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공부,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난관이니 ㅋㅋㅋ 제대로 액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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