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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읽으며

by 밀리멜리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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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10분 명상을 하고, 명상을 한 김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기 시작했다. 지루할 것 같아서 쳐다보지도 않던 책인데, 내가 명상을 하니 제목부터 관심이 간다. 다른 사람들은 명상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서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명상

 

명상록은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의 명상 기록이다. 마르쿠스는 기원후 121년에 태어났다고 하니, 거의 2천 년 전 사람이다. 2천 년 전이라니! 이 책은 어떤 형식이 없고, 그래서 어떤 문학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다. 마르쿠스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한두 구절을 적어두는 식으로, 이 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비망록이었다고 한다.

 

읽다 보니 어려운 단어들이 나온다. 일단 비망록이 뭐지? 찾아봤더니 그 뜻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하는, 기억을 돕는 문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쓰는 이 글도 나의 비망록이다. 내가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록한 문서니까, 내 블로그의 모든 글이 비망록이 될 수 있겠다.

 

이건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황제인 마르쿠스가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은 무엇일까? 마르쿠스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묵상을 하라고 여러 번 권한다. 그 중에 한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오늘도 나는 주제넘게 나서는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 교만한 사람, 사기를 치고 질투하며 사교성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짓을 저지르는 건 선악이 무엇인지 알기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본성은 나와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나에게 해악을 끼칠 수 없고 나를 부끄러운 일로 끌어들일 수 없으며, 나도 내 동족인 그들에게 화를 내거나 미워할 수 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명상록

 

화나거나 불만족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보통 그 일이 일어나게 한 나쁜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게 된다. 나도 매번 화가 올라오면 자동적으로 남 탓을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오직 자기 자신만이 자신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제 3자나 외부 환경은 사람에게 진정한 해악을 끼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만이 나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은 힘든 상황이 닥쳐왔을 때 견딜 만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오, 나의 정신이여, 너는 네 자신을 학대하고 또 학대하고 있구나. 너는 네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마치 너의 행복이 달려있다는 듯이 다른 사람의 정신 속에서 네 행복을 찾고 있구나.

너는 왜 너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냐?

 

또, 마르쿠스는 이렇게 자신에게 스스로 정신 차리라는 충고를 한다. 이 글을 읽으니 얼마 전 인지교육을 들으면서 배웠던 메타인지에 대한 부분이 기억난다. 자기가 했던 생각에 대해서 생각하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마르쿠스는 명상록을 쓰며 끊임없이 자신의 상황을 비추어 보며 메타인지를 발달시킨 듯하다.

 

아직 반도 못 읽었지만, '비망록'이라는 한 단어에 꽂혀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도 하루하루를 살며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 내가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한번 되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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