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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의료비서 공무원 일의 장단점

by 밀리멜리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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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비 온단 소리도 못들었는데 이상하게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만 계속 비가 온다. 

 


이상하게 일이 정말 힘들다. 업무 강도가 높은 건 아닌데... 어제 떼아와 함께 신세한탄을 하고 나니 일이 힘든 걸 느낀다.

이전에  쟝이 상사였을 땐 솔직히 힘든 일이 많지 않았다. 쟝이 원래 시원시원하고 귀찮은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나에게도 잘 맞았다. 처음 적응할 때가 힘들었지. 그 일은 임시직이었는데, 정규직이 아니라서 5개월만에 나가야 했다.

업무강도도 괜찮고, 동료들과도 친해져서 계속 있고 싶다고 했더니 쟝이 바로 옆 사무실의 이사벨의 비서 자리를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 정규직으로 일한 지 벌써 3개월. 정규직이 되면서 개인 화장실이 딸린 좋은 사무실이 덤으로 들어왔다!

아, 그렇지만 이사벨은 정말 바쁘다. 오늘만 해도 회의가 9개나 된다. 그러니 나도 회의록을 꽤 많이 써야 하고, 계속 랜덤하게 일이 들어온다. 이것이 좋은 사무실을 얻은 대가인가?!


뭔가가 불확실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일의 끝을 알 수 없고, 항상 누군가를 찾아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답이 없으면 골치가 아프다. 일이 랜덤하게 들어오면, A를 하고 있다가도 B를 봐야 하고, 또 B를 하다가 C를 해야 한다. 그렇게 정해진 끝이 없는 게 힘들다. 떼아가 너무 힘들다며 우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여기서 일하며 소속감을 느낀다. 어느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건 편안한 안정감을 준다. 게다가 의료쪽이다 보니 사람들을 돕는다는 좋은 명분도 있다.

얼마 전에는 아기의 발달장애를 빠르게 진단해내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지금은 어린이 보호 쉼터 15곳에 정부 지원을 해주고 계약서를 쓰는 일을 돕고 있다. 나야 뭐 중간에서 메일 보내고 행정업무를 돕는 수준이지만, 아무튼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은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일을 하나 끝마칠 때마다, 이사벨이 고맙다고 활짝 웃는다. 그걸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 일을 존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건 고마운 일이다.

 

조금 더 힘을 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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