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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프랑스어 인사이드 조크를 알아듣다

by 밀리멜리 202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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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크리스틴, 마리크리스틴, 쟝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주말에 뭘 하고 지냈냐는 간단한 근황 토크를 했다.

크리스틴: 나는 뭘 했더라... 아참, 금요일 저녁에 푹 쉬려는데 갑자기 친구가 연락이 와서 '나 지금 너희 집에 놀러갈게!' 하는 거야. 금요일에 갑자기!
마리크리스틴: 따바누쉬!

 

따바누쉬! 는 퀘벡 특유의 비속어다.


크리스틴: 그래서 오라고 했지. 근데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털털 와서는 하룻밤까지 자고 갔어. 어휴, 난 좀 피곤해서 가족들이랑만 푹 쉬려고 했는데. 
마리크리스틴: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친구야? 오기 전에 미리 약속도 안 잡고. 와인 한 병 사들고 올 수도 없대?
크리스틴: 이전에 알게 된 전기회사에서 일하는 친구인데... 그러니까 말이야. 
마리크리스틴: 잠깐, 전기회사라고? 그럼 돈 엄청 많이 벌텐데! 내가 연봉 찾아볼까?
쟝: 그만 둬, 그만 둬.

 

놀러올 때 빈손으로?


그만두라는 쟝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마리크리스틴은 바로 핸드폰으로 검색에 들어갔다. 퀘벡의 또 다른 특징은 웬만한 직업이라면 대략적인 연봉이 공개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직업만 듣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그 사람이 얼마 버는지를 대충 알 수 있다. 

 

연봉이나 돈에 대한 개념도 역시 한국과 좀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국에서는 남의 연봉 알지도 못하고 쉬쉬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사회복지가 강한 편이라 그런가? 직군 별로 연봉이 정부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연봉이 투명하다. 물론 돈을 너무 밝히는 건 어디서나 좋게 보여지지 않지만, 연봉을 이야기하는 게 터부가 아니라서 정말 신기하다.

마리크리스틴: 그 계열이면 일년에 십오만 달러 넘는 연봉을 받는데? 와, 그런데도 연락 없이 친구집 갈 때 아무것도 안 사오다니.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크리스틴: 나는 뭐, 황당했지. 친한 친구라면 괜찮은데, 그렇게 친한 사람도 아니니까...

 

* * *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입구 앞에서 크리스틴을 딱 마주쳤다. 사무실까지 함께 걸어오니 우리 둘을 보고 마리크리스틴이 말한다.

마리크리스틴: 안녕, 좋은 아침! 어떻게 둘이 같이 와?

오다가 만났다고 얘기하려는데, 크리스틴이 먼저 농담을 던진다.

크리스틴: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재워줬지! 집에서부터 같이 왔어.
나: 맞아, 맞아. 아, 크리스틴 네 집 정말 좋더라~

 

크리스틴이 던진 이 농담을 받아치며 우리끼리 한껏 웃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내가 프랑스어로 농담을 받아친 건 처음인 듯 하다. 동료들끼리 농담을 해도 못 알아들어서 그냥 어색하게 웃고 말았는데, 이제 점점 말을 알아듣나 보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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