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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생일파티를 준비하자!

by 밀리멜리 2022.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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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아가 오전에 찾아왔다. 

"나 좀 도와줄래?"
"무슨 일이야?"
"어제 회장 비서실의 발린 생일이었어. 그래서 파티장식 좀 가져왔어. 케이크랑, 무알콜 칵테일도 가져왔거든."
"우와, 그랬구나. 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네!"
"괜찮아, 지금 같이 가면 되지."

회장비서실의 특권(?)으로 회장만 쓰는 회의실에서 조촐한 파티를 할 수 있었다. 떼아는 여러 파티용품을 가져왔다.


"이런 걸 언제 다 준비했어?"
"음... 예전에 아마존에서 산 건데, 또 이렇게 쓸 일이 생기네. 케이크도 냉장고에 보관해 놨어."
"오..."
"케이크 가격표는 떼야지. 파티에 가격표가 보이면 안될 일이야."

뭔가 그건 공감이다. 선물에 가격표가 보이면 어쩐지 민망하니까...


우리는 풍선을 불어 붙이고, 금빛 장식 커튼을 창문에다 달았다. 해피버스데이가 쓰인 가랜더까지 붙이니 어쩐지 그럴듯해진다.


떼아가 동료들을 불러모이는 동안, 나는 잠깐 옆 사무실의 알렉산드라와 방에 둘만 남게 되었다. 알렉산드라하고는 인사만 하는 사이여서 별로 친하지 않은데, 어쩐지 어색해서 괜히 날씨 이야기를 하게 된다.

"비가 오네요. 이런..."
"음, 주말에 오면 안되는데! 아, 다행히 주말에는 안 온다네요."

대화를 하다가 존칭인 'Vous'를 썼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짜게 식어버렸다. 퀘벡 사람들은 존칭을 쓰면 뭔가 좀 거리를 두는 느낌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존칭을 쓸 때마다 뭔가 분위기가 팍 식는 느낌을 눈치로 알 수 있다. 뭐... 모르겠다, 나중에 친해지면 말 놓아도 되냐고 물어봐야지.

말없이 어색하게 핸드폰만 보다가, 생일파티의 주인공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알렉산드라가 쉿 하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문이 열리자,

"서프라이즈!"
"생일 축하해요!"

회사에서 이런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라니, 이런 걸 준비한 떼아가 참 대단하다. 이제 사람이 여럿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케이크도 나눠먹고 무알콜 샴페인도 마셨다.

"너 참 친절하고 착하다. 이런 걸 다 준비하고."
"발린이 나한테 잘해주니까!"
"아무튼 덕분에 기분이 진짜 좋아졌어.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것도 정말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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