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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아이스커피를 처음 만들어 봤다는 카페 점원

by 밀리멜리 202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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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아이스 커피를 마실 일이 한국보다 드물다. 한국에 있을 땐 항상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카페테리아에서는 커피를 팔아도 뜨거운 것 뿐이고, 아이스 커피를 파는 곳이 없다. 근처에 카페도 없고, 15분 가량 걸어가야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가 있는데, 거기서야 겨우 아이스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여름이 다 지나고 나서야 1층에 카페가 만들어지고, 드디어 이곳에서 아이스커피를 판다. 그래도 몇주째 그냥 지나치기만 하다가, 떼아가 커피 마시러 가자길래 반갑게 그러자고 했다.

"커피 마시러 갈래?"
"아, 좋지. 안 그래도 그 말 기다리고 있었어. 나 오늘은 아이스커피 마시려고."
"오...! 맞다, 새로 생긴 카페에 아이스커피 팔지?! 나도 그거 마실래."

사무실에서 카페까지 엄청 가깝지만, 그래도 동료와 함께 5분이라도 커피 사러 가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고, 잠깐 숨도 돌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이 순간을 즐기기! 점심시간 다음으로 제일 좋은 시간이다.

한국에서 있을땐 너무 피곤해서 커피를 마셔야만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선 커피가 잠시 숨돌릴 수 있는 시간이라서 좋다.

"안녕하세요! 아이스 커피 두 잔 주세요."
"아, 아이스 커피는 한 번도 안 만들어 봤는데?! 처음이야. 괜찮을까? 마시고 괜찮은지 말해줘요, 난 레시피를 보고 만들어야겠어."

그러더니 허둥지둥하며 레시피 종이를 꺼내신다. 

 


"어디보자, 에스프레소 하나에 얼음을 채우고... 원하는 커피를 더 넣고, 우유를 넣고... 카라멜 시럽? 바닐라 시럽? 카라멜 시럽 원해요?"
"오, 있으면 좋죠."

점원이 레시피를 유심히 읽으며 말했다.

"에스프레소에 원하는 커피를 추가하라는데, 흠...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필터 커피를 더 넣으라는 말인가? 필터 커피 더 넣어줄까요?"
"에... 글쎄요? 넣죠, 뭐."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이건 실수였다. 에스프레소에 그냥 우유나 물을 넣으면 되는데, 거기다가 필터 커피를 더 넣을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얼음에 뜨거운 필터커피를 넣으니, 얼음이 다 녹아서 아이스커피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자, 맛있을까 모르겠네요. 맛있는지 아닌지 이야기해 줘요!"
"고마워요!"

그래도 첫 아이스커피(?)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아이스커피를 처음 만드시다니, 역시 여기 사람들... 아이스커피를 잘 안 먹는구나. 

그렇게 나온 아이스커피! 얼음이 다 녹아버려서 좀 밍밍하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텀블러 컵을 가져와서 에스프레소를 사고, 거기에다 찬물을 부으면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는 거잖아? 얼음이야 굳이 없어도 되니까...

다음엔 그렇게 해봐야겠다.

아, 좋구나! 커피 마시면서 일하는데, 떼아가 또 선물을 가져다준다.

"자, 이거 먹어."


"오오... 이게 뭐야?!"
"회장 회의실에서 점심회의가 있었는데, 점심 셋트가 남았대. 내가 마침 딱 좋은 타이밍에, 좋은 장소에 마주쳤지! 그래서 내것도 받고, 너 것도 받을 수 있냐고 했더니 다 주더라고."
"와, 너무 고마워. 내 것까지 챙겨주다니! 오늘 오후 간식으로 챙겨놔야지~"
"별 걸. 맛있게 먹어, 본 아뻬띠!"

역시 휴식시간이 제일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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