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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커피, 설탕, 게임 중독에 대해 인식하게 된 오늘

by 밀리멜리 2022. 10. 12.

오후, 쿰바와 마주쳤다. 언제나 친절하고 다정한 쿰바는 책을 부지런히 읽고, 가끔씩 내게 독서 잘 하고 있냐고 물어온다.

"요즘은 어때, 책 읽어?"
"한국어로 된 책은 좀 읽고 있는데, 프랑스어 책은 영 진도가 안 나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얇은 책부터 읽어 봐."
"그래야겠어. 그렇게 격려해주니 또 읽을 힘이 난다. 아, 그나저나 커피 마시고 싶다!"
"넌 커피 얼마나 마셔?"
"요즘 거의 안 마셔. 안 마시니까 더 마시고 싶은 것 같아."
"난 일주일에 한 번만 마셔. 금요일 오전에."
"오... 정말 괜찮은데? 너 대단하다!"

쿰바는 톡시코마니 병동에서 일하는 비서다. 아침에 출근할 때면 이곳에 향긋한 커피냄새가 진동하는데, 언젠가 한 번은 냄새가 너무 좋아서 한 잔 부탁한 적도 있다.

"우리 가족들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나는 그렇게 많이 안 마시려고 하고 있어. 커피 뿐 아니라 중독성이 있는 건 다 절제하려고 해."
"우와, 대단하다!"
"저번에 네가 전해 준 초콜릿도 안 먹고 가방에 넣어 놨어."
"초콜릿도?"
"설탕도 의존성이 있잖아."

 

얼마 전 마리크리스틴이 초콜릿 125개 들이 상자를 들고 와서, 나에게 나눠주는 것을 맡겼다. 일주일 넘게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나누어줘도 계속 남는다. 내 옆에 있으니 나도 초콜릿이 먹고 싶지만, 그래도 3일에 한 개 정도만 집어먹는다.

짧게 이야기하고 다시 일로 돌아가야 했지만, 의존성이 있는 건 모두 자제하려고 한다는 쿰바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절제가 힘든 편인데, 그래도 커피와 설탕 면에선 나도 많이 줄인 편이다. 끊지 못하는 건 핸드폰으로 보는 웹툰과 인터넷으로 하는 루미큐브 게임... 요즘 왜 루미큐브에 빠져서 못 헤어나오는지 모르겠다.

공부하다가 지루해지면 꼭 한 판 하고 싶고, 한판을 하고나면 또 한 판을 더 해야 한다. 지면 아까우니까, 이기면 재밌으니까 계속 하게 되고... 그런데 게임 자체가 재밌다고는 할 수 없는데, 왜 계속 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온라인 루미큐브

루미큐브는 은근 머리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게임이지만 그래도 우연성이 높다. 우연성이 높을수록 게임이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다던데... 

아무튼 쿰바 덕분에 내가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중독을 고치는 첫 걸음은 중독되어 있는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쿰바가 일하는 톡시코마니 병동은 환자들이 자신의 약물중독을 고치기 위해 오는 곳이라, 중독환자들을 숱하게 보아왔을 것이다. 나도 오며가며 환자들을 가끔 보았는데 정말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항상 웃으며 일하는 쿰바는 그냥 곁에 있는것만으로도 격려가 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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