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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새로 들어온 동료의 얼굴을 못 알아봤다

by 밀리멜리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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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가 떠난 지 두 달 정도 되었는데, 드디어 새로운 사람이 도착했다. 이름은 이사벨이란다. 첫 날, 복도를 돌아다니며 소개해 주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아, 그런데 이사벨이라는 이름 정말 많네!"
"그러게, 회의만 들어가도 이사벨이 서너명 쯤 된다니까!"
"하하하, 그럼 넷지라고 불러 줘. 고향에서 날 부르는 이름이야."
"넷지? 이쁘다!"

넷지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왔는데, 비서 경력이 꽤 있지만 의료기관에서는 처음 일한단다. 그렇게 통성명을 하고, 여러가지 사소한 잡담을 나누었다.


"집은 여기서 멀어? 통근할 때 시간 많이 걸려?"
"응, 좀 멀다. 특히 지하철 타고 오는데 이 근처에 지하철 역이 없어서 그게 불편해. 15분 넘게 언덕을 걸어 올라 와야 하거든."
"맞아, 여기 지하철역이 좀 멀지. 지하철역에서 이곳으로 바로 오는 버스가 있어. 그걸 타 봐."
"다음주부턴 그걸 타봐야겠어. 버스가 자주 있나?"
"아마 10~15분에 한번 있을 거야. 출근 시간 15분 전에 맞춰서 버스정류장에서 대기하면 될거야! 나도 그걸 타니까 만날 수도 있겠네!"

 


주말 연휴가 끝나고 출근길 아침, 버스에서 넷지를 마주쳤다. 사실 난 넷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큰 키에 멋진 가죽점퍼를 입고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고 옆으로 넘겨 완전 스타일 변신을 했기 때문이다. 낯익은 얼굴이 버스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면서 넷지인가 아닌가 미심쩍어했다.

넷지가 씩 웃더니 이렇게 말한다.
"나 못알아보겠어?"
"넷지 맞구나! 아, 첨에 못 알아봤어. 스타일 변신 쿨하다! 정말 멋져."
"고마워, 주말에 한 거야."
"그래? 미용실에서 한 거야, 아니면 혼자?"
"혼자 한 것도 아니고 미용실에서 한 것도 아냐. 이런 머리모양을 살 수 있거든."
"어? 살 수 있다고?"

그 순간 내릴 역에 도착해서, 버스에 내리느라 자세한 걸 물어보지 못했다. 헤어스타일을 살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나중에 물어 봐야 겠다.  

점심시간 전, 넷지가 내 사무실로 왔다.

"내가 작은 문제가 있는데 말이야..."
"뭔데?"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다쳤대. 이가 부러진 모양이야."
"저런!"
"그래서 병원에 급하게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어쩌지?"
"그런 문제라면 걱정 마. 쟝에게 말하고 어서 아들한테 가봐. 아마 못 채운 시간은 나중에 더 일하거나 해서 채우면 돼."
"그래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결근하기 싫은데..."
"그래도, 가족이 더 중요하잖아? 다 이해해줄 거야, 걱정마."

망설이는 넷지를 보니 나도 처음 시작했을 때 쩔쩔맸던 게 기억난다. 넷지는 그래도 계속 사정을 말하기 어려워했지만, 곧 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때? 잘 됐어?"
"응, 지금 바로 가보래. 내가 병원시간 맞춰서 12시까지는 있을 수 있다고 하니깐, 괜찮다고 하네. 아이 때문에 정신없을 테니 그냥 바로 가도 된대."
"잘됐네, 가서 아들 잘 봐주고. 많이 안 다친 거였으면 좋겠다."
"그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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