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재택근무날이지만, 목요일 오후에 이사벨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금요일 오전에 쉐프들이 회의 때문에 모두 모이는데,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까 해. 너도 올래?"
우리 팀 쉐프(관리자)들은 모두 화상회의로만 본 적이 있고 한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 못 알아들을까봐, 그리고 어색할까 봐 고민했는데, 그래도 부딪혀 보고 직접 겪는 게 낫지 싶어서 가겠다고 했다.
우리 팀 쉐프들은 모두 여자다. 이렇게 관리자들이 여자로만 구성된 팀은 처음이다. 확실히 퀘벡은 여성이 관리직에 올라가는 비율이 정말 높다.
"안녕! 와줘서 고마워. 화상회의로만 보고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맞아요, 반가워요."
"너는 일한 지 얼마 됐어?"
"저도 음, 이사벨하고 일한 지는 4개월 됐어요."
"얼마 안 됐네? 난 오래 된 줄 알았는데! 나만 처음 온 게 아니었어?"
"하하하, 그렇게 봐줘서 고마워요. 아직도 회의 들어가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다니까요."
"너만 그런 거 아냐. 나도 그래! 하하하!"
회식 장소는 포르투갈 레스토랑이었다.
역시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많았다. 일에 관한 이야기 반, 잡다한 일상 이야기 반 정도였다.
그러다가 이사벨이 뭐라뭐라 했는데, 못 알아들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바로 옆 쉐프가 통역(?)해 주었다.
"너 와줘서 고맙다고 네 것까지 이사벨이 사주겠대."
"아! 정말요, 고마워요!"
"와줘서 고마우니까."
뭘 시킬까 하다가 옆 쉐프가 시킨 메뉴를 그대로 같은 걸 달라고 했다.
메뉴 선정 성공! (그런데 닭고기 2조각은 양이 부족하긴 했다. 4시쯤에 다시 배가 고파졌다 😅)
오후 일이 남아있지만 와인도 마시고, 디저트도 먹고 하면서 느긋하게 점심을 즐겼다. 식사 내내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로서는 왜 내가 오는 게 고마운지(?) 잘 모르겠다. 덕분에 원래 N빵하는 회식에서 얻어먹기까지 했다. 아무튼 이런 회식에 의무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전부터 알고 싶었는데, 너 국적이 어디야?"
"아, 한국이에요!"
"정말?! 그럴 것 같았어. 나랑 우리 딸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데, 이름 보고 한국인일 것 같아서 고민했거든. 우리 딸이 계속 물어보라고 조르더라고. 한국이라니 맞았네!"
"한국 드라마 좋아하는군요?"
"그럼, 정말 많이 봤어. 거기서 배운 말도 있어. 욥세요? 이거, 통화할 때 하는 말. 맞지?"
"아, 여보세요! 맞아요. 잘하네요."
욥세요? 라는 말을 모두가 따라한다. 왠지 재미있었다. 프랑스어에는 '여'와 '요'의 구분이 없어서 여보세요가 아닌 욥세요라고 발음한다.
"욥세요? 가 무슨 뜻이라고?"
"알로, 하는 것처럼 전화받을 때 하는 말이에요."
"아하, 그렇구나."
"무슨 한국 드라마를 봤어요?"
"그거 뭐지... What's wrong with... 뭐더라?"
"제목 한번 특이하네."
"아, What's wrong with secretary Kim! (김비서가 왜 그럴까) 그거죠?"
"맞아, 맞아. 그것도 있고 또 많이 봤는데... 나중에 알려줄게."
요즘은 어느 그룹이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꼭 한두명씩은 있어서 좋다. 이야기할 거리가 생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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