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리크리스틴의 생일이었다.
팀원의 생일이 돌아오면 항상 점심회식을 하고, 생일 맞은 사람에게 밥을 사주는 전통이 있다.
우리 회사는 회식이라고 비용을 따로 내주거나 하지 않는다. 이건 다른 회사에서도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따로따로 자기가 먹은 건 엔빵을 하는 게 매우 익숙해 보였다.
나는 마리크리스틴에게 뭘 사줄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말았다. 쟝에게 준 것처럼 에클레어 하나를 사주려고 했는데, 신선함이 생명인 에클레어를 사줄 시간이 없어서 어물어물 넘어갔다.
대신 생일 카드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일하면서 여러가지 알게 된 툴과 비품실의 두꺼운 종이를 가져다가 프린트했더니 제법 예쁘게 나왔다.
아침에 가자마자 이 카드를 건네주었다.
"아, 역시 생일 잊지 않았구나. 우와... 고마워! 메시지 정말 감동적이다. 정말 정말 고마워."
"하하, 부끄럽다."
앞에서 카드를 읽고 있으니 부끄러워져서 나가려고 했더니, 마리-크리스틴이 꼭 끌어안아줬다. 허그는 정말 좋구나.
점심 회식은 푸틴빌이었다. 푸틴은 감자튀김에 치즈를 넣은 퀘벡 전통음식이다.
메뉴를 보니 푸틴이 어째 이렇게 종류가 많은지...
모두가 한참동안 메뉴를 골랐다.
"메뉴 정말 많다. 세상에..."
"이거 봐, 크리즈 캬디악(심장마비)라는 메뉴도 있어."
"그렇게 생겼네, 진짜 엄청나겠다."
각자 푸틴을 골랐다. 나는 몽헤알레즈(몬트리올사람)라는 메뉴를 골랐는데... 보기 좋게 튀김까지 얹어져 나왔다.
"이게 무슨 튀김이지?"
"하하, 그거 먹어봐. 피클 튀김이야."
"피클??"
오 마이 갓.. 피클도 튀기다니, 세상에!
맛은 그냥 그랬다. 피클은 왜 튀기는지...
"괜찮아? 어때?"
"으음... 피클 튀김 맛이네."
"하하하! 좋지는 않다는 거군."
"그러니까, 피클은 항상 차가운 것만 먹었는데... 피클이 뜨뜻하니까 이상해."
"다 경험이네, 경험이야."
피클 튀김은 다 먹었지만, 푸틴은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서버가 놀라서 물었다.
"아니, 무슨 새처럼 이렇게 조금만 먹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먹었는데!"
"그러니까요...치즈가 좀 느끼해서 머리가 아프네요."
"블루 치즈가 안 맞는 모양이네요. 담아갈 수 있게 포장용기 줄까요?"
"네, 그래주세요. 고마워요."
푸틴을 1/4도 먹지 못했다. 이게 다 블루치즈 때문이었다! 블루치즈는 너무 찐해.. 모짜렐라나 다른 치즈는 괜찮은데, 블루치즈는 속도 살짝 더부룩하다. 그래도 포장해갈 수 있으니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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