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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회사에 새로 생긴 카페와 스타벅스 샌드위치

by 밀리멜리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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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1층에 카페가 생겼다. 여름이 시작되면서부터 한창 카페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언제 열리나 궁금하기만 했다.

 

카페테리아 커피와 빵들은 좀 어쩐지 노조의 거친 손길이 느껴지는 맛이라... 그렇게 맛있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커피 맛이 다른 건 잘 모르지만, 사람들은 카페테리아의 커피를 '카페 상디까', 노조 커피라고 부른다. 그냥 있으니까 마시는 커피?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새로 생긴 카페에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실망스러웠다.

 

커피나 빵들이 모두 카페테리아와 똑같은 것들이라니... 😥

 

"새로 생긴 카페 가봤어? 어때?"
"음, 커피랑 빵들은 카페테리아랑 꼬삐꼴레야."
"엥, 그래? 그냥 카페테리아 꺼 가져온 거야?"

꼬삐꼴레는 복사 붙여넣기라는 뜻이다. 꼬삐는 카피, 복사라는 뜻이고 꼴레는 붙이다라는 뜻이다.

"그래도 다른 점이라면, 샌드위치랑 요거트가 다른 종류인 것 같고... 그리고 아이스 커피를 마실 수 있어!"
"그건 좋네! 카페테리아에는 아이스커피가 없잖아."

 

 

"카페테리아랑 메뉴가 같으면, 가격도 똑같아?"
"거의 비슷한데, 10~20센트 정도 비싸."
"그건 뭐야, 더 가까운 값인가? 지하 카페테리아로 가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네. ㅋㅋㅋ"

 

난 빵순이지만 새 카페를 둘러봐도 별로 땡기는 게 없었다.

 

* * *


그냥 돌아와서 업무를 보고 있으려니까 이프레옌이 똑똑 하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
"우와, 한국어네요! 발음 참 좋아요!"

갑작스러운 한국어를 듣고 이사벨이 어리둥절했다.

"한국어였어? 조운.... 뭐?"
"좋은 아침! 봉주르같은 인사예요."
"아, 한국어 어렵다."
"이프레옌은 발음이 좋네요!"
"하하, 나야 한국 드라마를 엄청 많이 보니까!"

이프레옌이 스타벅스 봉투와 커피를 슬쩍 내밀었다.

 


"내 부인이 사주는 거야."
"우와, 또요?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한국 드라마 오에스티 잘 찾아서 듣고 있다고. 아메리카노랑 스모크 베이컨 샌드위치야. 맛있게 먹어!"
"와, 감동이에요!"

 


이건 정말 감동일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는 우리 직장에서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할 정도로 멀기 때문이다. 덕분에 맛있는 커피랑 샌드위치를 먹고... 너무 좋네!

 

커피랑 빵이 따끈따끈한 걸 보니 방금 차를 타고 사다준 모양이다. 

 

 오랜만에 스벅 커피랑 샌드위치를 먹어보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밍밍한 카페테리아 커피에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평소에는 별로 즐기지도 않던 스벅 커피랑 샌드위치가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걸까?

좋은 사람이 주는 따뜻한 정이 느껴져서 그런가... 하필 딱 회사 카페에 실망한 날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되다니, 인생은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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