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 과학실험실에 가서 실험과제를 제출하는 날이다. 빨리빨리 끝내고 싶어서 파이널 필기시험도 같은 날에 예약했더니, 무려 만 오천 걸음이나 걸었다.
학교로 가는 길, 중심가에서 꽤나 떨어진 곳이다. 몬트리올의 교외 느낌은 이렇구나.
풍경은 한가하다만...
나는 이때 실험실에 늦을까봐 마음이 조급한 상태였다. 아, 늦으면 어쩌지???
그 와중에 블로그에 올릴 사진은 꼭 챙긴다 ㅋㅋ
걱정헀던 것과는 달리 딱 정각에 도착했다. 15분 일찍 도착하려고 구글 지도에 나온 것보다 일찍 나오길 잘했네. 생각보다 많이 헤맸다.
실험실에 가니, 실험실 조수인 마담이 반겨준다.
"어서 와요. 좀 헤맸어요?"
"네, 다른 건물로 들어가서 좀 헤맸네요."
"처음이라 그렇죠. 이제 잘 왔으니 됐네요. 여기서 손 씻고, 보안경 쓰고..."
그런데 보안경 쓰란 말을 장갑 끼라는 말로 잘못 알아들었다.
"여기 있는 장갑 끼면 되나요?"
"아니, 그건 필요 없어요."
그리고 실험이 끝나고서야 나중에 마담이 말했다.
"그런데 보안경을 안 꼈네, 시험때 안 끼면 점수 깎이니 조심해요."
"그래요??!! 보안경이 어디 있는데요?"
"바로 세면대 옆에."
음... 프랑스어 못 알아들어서 점수 까일 뻔 했네...
이번 실험은 음료수, 크림, 물, 주스, 시럽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확인하는 거였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조심하지 못해서 막 튀고 스포이드 닿고....
"스포이드 닿으면 오염되니까 조심해요. 그것도 시험에서는 점수 깎이니까."
"실험실 사진 찍어도 되나요?"
"뭐, 맘대로 해요."
"자, 이 색깔 변하는 거 봐요. 주황색으로 변한 건 당 성분이 있다는 거야."
"보라색으로 변한 건 지방이 있다는 뜻이고. 좀 더 잘 저으면 보라색이 더 잘 보일 거야."
실험실 선생님과 1:1로 실험하니 실컷 할 수 있었다. 오는 길은 좀 어려웠지만... 이것도 재밌는 경험이네!
아무튼 내 덤벙대는 성격이 실험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가루 튀고, 난리가 나네.
"실험은 정확해야 하니 조심해요. 그나저나, 공부하면서 어려운 건 없었어요?"
"아, 그 용어 발음하는 게 어려워요. 단백질을 알아내는 용액 이름이 비루엣(biuret)인가요? 발음이 어려워요."
"비,위,에흐."
"비유에..."
"R 발음을 잘 못하는구나. 비위에흐."
"비,위,에흐. 따로따로는 되는데 합치니까 안되네요..."
될 때까지 발음연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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