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프랑스가 운동에 관심이 많다. 담배를 끊고 몇주간 좀 비실비실 힘들어하더니, 운동으로 금단증상을 극복하고 있다. 쟝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전 11시쯤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온다.
"그렇게 규칙적으로 수영하다니 대단하다!"
"격렬한 운동을 하니까 오후에 좀 피곤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 그런데 이제 눈이 오고 추우니까 좀 다른 운동을 하고 싶은데. 스피닝 같이 하는 거 어때?"
"스피닝? 실내 자전거 타고 달리는 거?"
"응, 회사에서 7명 이상이 모이면 스피닝 코치를 불러주거든. 8달러 정도 내야 하긴 하지만, 재밌을 것 같아. 관심 있어?"
"오, 재밌을 것 같아! 실내 자전거 혼자 타면 심심하지만, 다같이 하면 재밌겠다."
"좋아, 그럼 너, 나, 넷지, 쟝, 크리스틴, 마리... 이사벨이면 7명이다!"
프랑스는 사무실 복도 사람들을 찾아 7명을 모으고, 예약을 하려고 했다.
"아, 아쉽다! 이번 세션은 다 찼대. 대신 배드민턴이 있는데, 이건 무료야. 체육관에 네트를 치고 배드민턴 칠 수 있어. 해볼래?"
"배드민턴이 뭔데?"
코트디부아에서 온 넷지가 배드민턴이 뭔지 물었다. 아마 코트디부아에는 배드민턴이 유명하지 않은 모양이다. 프랑스가 열정적으로 라켓으로 배드민턴 공을 밖으로 치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소영, 너도 알아, 배드민턴?"
"알긴 알아. 어릴 때 해보긴 했지만 나 진짜 못해. 엄청 초보야."
"우리 경쟁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
"하하하! 배드민턴은 꼭 해야 하는 거 아니니까, 혹시 하기 싫다면 뭐... 그걸로 너희 판단하지는 않을 거야!"
'판단하지 않겠다(On ne juge pas)'는 말은 쟝이 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다. 근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그 느낌이 좀 안 산다.. 겉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고 할 때 그 판단인데...
대충 '너를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겠다'정도의 의미이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은 몬트리올에서 중요한 사회개념인 듯 하다. 인종, 성별, 가치관이 다양하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중요시한다.
나도 미적미적하고 넷지도 그렇게 기분이 안 난다고 했지만, 결국엔(?) 배드민턴 세션에 참가하게 되었다.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자꾸 공을 놓치고, 운좋게 라켓으로 공을 쳐도 멀리 나가지 않는다. 넷지도 초보라서 나처럼 배드민턴을 어려워했다.
그러다가 한 순간 공이 느리게 오는 것처럼 보여서, 탕 하고 치니 훌쩍 네트 너머로 보낼 수 있었다. 오오!! 이게 운동하면 나오는 아드레날린 효과인가? 공이 느리게 보이다니!
처음이라 어려웠지만, 그래도 3~4번 이상 주고받기를 할 수 있었다. 잘 안되다가 그래도 주고받기를 하니 짜릿하다.
"브라보!"
"와, 이번에 잘했다!"
"이건 아깝네!"
50분 정도 배드민턴을 치고 나니, 뭔가 상쾌한 기분이다. 게다가 다정한 동료들이 자꾸 응원을 해 주니 자꾸 공을 놓쳐도 힘이 났다.
다음날이 되어 팔 안쪽, 엉덩이, 허벅지에서 근육통이 느껴진다. 안 쓰던 근육을 쓰는 모양이다! 달리기만 하다가 이렇게 운동을 바꺼주는 것도 좋네.
'몬트리올 생활 > 공무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식은 여전히 엔빵, 각자내기 (4) | 2022.11.25 |
---|---|
회사에서 스피닝 클래스 - 운동 제대로 되네! (2) | 2022.11.23 |
환상적인 노을진 하늘과 단풍나무 공원 (3) | 2022.11.13 |
캐나다 의료비서 공무원의 브런치 점심회식 (4) | 2022.11.12 |
급히 결성된 점심 회식 - 감자요리와 샌드위치 (6) | 2022.1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