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뭔가 많이 얻어먹고 있다. 나는 그렇게 베풀었는가? 한번 돌아봐야겠다.
몇 주 전, 넷지에게서 받은 크로와상이다.
"지하철 역 앞 빵집에서 샀는데, 다 먹으면 너무 많을 것 같아. 반 나눠먹을래?"
"나야 좋지! 고마워."
"여기 사람들은 뭔가 반 나눠먹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괜찮을까 싶었어. 아예 조그맣게 잘라져 있으면 괜찮을 텐데."
"나는 그런 거 상관 없어. 완전 좋아해!"
이후로도 넷지에게서 프로틴 바를 받거나, 넷지의 가족이 직접 구운 과자 같은 걸 먹기도 했다.
이 프로틴 바, 진짜 맛있었다. 보통 프로틴 바는 초콜릿 향이 억지스러운 플라스틱 맛이 나는데 ㅋㅋㅋ 이건 정말 괜찮은 듯!
"이렇게 많이 나눠주다니 고마워!"
"원래 나눠먹는 게 익숙해서. 그런데 여기는 좀 그렇지 않더라. 얼마 전에 코트디부아르 친구들이랑 함께 공원에서 바베큐 파티를 했는데, 어떤 커플이 와서 조금 달라는 거야."
"오, 그래?"
"우리는 당연히 나눠줬지. 그런데 그 커플이 다 먹고 돈을 내겠다고, 우리한테 얼마 정도 내면 되냐고 묻더라고."
"어, 그건 신기하네. 퀘벡 사람이었어?"
"응, 완전 퀘벡 퀘벡사람들."
"나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어. 북유럽에서는 친구 집에 놀러가면 밥 대접받는 건 포기해야 한다고... 미리 돈을 내거나 해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 들었어."
"북유럽쪽이 그런가? 이탈리아나 그리스, 이런 곳은 잘 나눠먹는데. 아무튼, 우리는 돈 받을 생각 없이 그냥 준 거라고. 그냥 가도 된다고 하니까 어리둥절하더라고."
"아무튼 신기하다. 여기서는 바비큐 파티에서 돈 내면 같이 먹어도 되는건가?"
"글쎄."
넷지도 어깨를 으쓱한다. 캐나다에 온 지 둘 다 5년이 안 되는 우리는 아직 발견해야 할 문화가 많다.
하긴, 퀘벡 사람들은 넷지처럼 이렇게 먹을 걸 잘 나눠먹지 않는다. 함께 먹더라도 반을 나눠먹거나 하는 건 드문 것 같다.
넷지는 도시락으로 플란틴(바나나처럼 생긴 야채)과 양념게찜을 가져왔다.
"우와, 게 요리구나! 직접 만들었어? 대단하다."
"나 게 엄청 좋아하거든. 만들기도 별로 어렵지 않아."
넷지가 게를 오독오독 맛깔나게 씹어먹으며 말한다. 아프리카 특유의 양념인가 보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
"코트디부아르에선 말야, 배고프면 그냥 음악이 들리는 곳을 찾아가."
"음악? 축제말하는 거야?"
"뭐, 축제도 있고, 결혼식도 있고, 음악 들리는 곳에 가면 파티가 열리거든. 모르는 사람이라도 슬쩍 앉아서 먹고 가고 그래. 물론 요즘은 그게 너무 심해서 결혼식 땐 손님 명단을 만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아, 추워지니 그립다. 거긴 아직 20도일 거야."
"그거 좋다. 음악 들리는 곳에 가서 얻어먹기! 지금 여기 영하 3도네... 아, 춥다."
"엥, 이거 가지고 춥다는 거야? 아직 한참 남았어!"
'몬트리올 생활 > 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괜찮아,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 (3) | 2022.12.05 |
---|---|
쉬우면서 까다로운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만들기 (5) | 2022.11.30 |
왜 그런지 생각하는 과학공부의 힘 (3) | 2022.11.21 |
눈길에 자전거 타는 몬트리올 경찰관들 (1) | 2022.11.20 |
부고 안내문을 쓰는 날 (4) | 2022.1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