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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왜 그런지 생각하는 과학공부의 힘

by 밀리멜리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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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듣던 퀘벡 교육과정 중등 4학년 과학 공부 한 과목이 끝났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과학 과목이다. 총 6과목을 들어야 하니 아직 먼 길이 남았지만... 함께 일하면서 공부를 하는 마리가 특히 잘 챙겨준다.

 

"요즘 공부는 어떻게 되가?"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시험 끝났어. 실험 시험도 다 끝나고."

"그럼 결과 나왔어?"

"아직 확인 안 해봤는데... 잠깐만!"

 

알고 보니 내가 시험을 치고 간 그 날, 선생님은 이미 다 성적을 발표해 놓았다. 성적은 91%!

 

 

"와, 91% 나왔어!"

"예~ 진짜 잘했네?"

 

예상치보다 엄청 높게 나왔다. 80점 맞으면 잘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90점이 넘다니! 고등학생 때 받은 성적보다 더 좋네! 🤗

 

내가 돌아봐도 좀 열심히 공부하긴 했다. 일 끝나고 저녁 시간에...

 

과학 보고서 숙제

이것은 중간 과제로 제출한 소화기관의 기능과 당뇨병에 관해서 쓴 보고서이다.

 

모든 과제가 이렇게 복잡하고 길진 않다. 내가 한 것중에 이 과제가 제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렇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 만큼 이 부분이 제일 예쁘게(?) 작성되어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보고서 숙제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좀 겁을 먹었는데, 지나고 나니 어떻게든 된 게 신기하다. 

 

이렇게 손으로 직접 쓰니 기억에도 잘 남는다. 보고서를 쓸 땐 인터넷에 나온 자료를 그대로 쓰면 안되고, 최대한 문장구조를 바꿔서 내 문장으로 패러프레이징을 해야 한다. 최대한 베껴쓰지 않으려고 단어를 조합해서 쓰다 보니, 저절로 공부가 되어서 이 부분은 시험이 끝나도 계속 기억에 남는다. 

 

오랜만에 공부를 시작했는데도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건 아무래도 계속 선생님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이걸 어떻게 채점할까를 예상해 본 게 도움이 되었다. 이건 처음 몇 번 과제를 제출하고 몇몇 문제에 빵점을 받으며 알게 된 점이다.

 

내 과학선생님이 채점할 때 중요시 하는 점은:

 

대답에 대한 근거, "왜 그런지"를 썼는가

계산 문제에서 단위나 공식을 빠뜨리지 않았는가

보고서에는 출처를 빠뜨리지 않았는가

 

 

이 중 제일 중요한 건 "왜 그런지"를 썼는가이다. 쓰지 않거나 사고 과정이 틀리면, 답이 맞더라도 빵점을 받았다. 

 

근거 틀리면 0점

[유리컵에 127.21g의 질량이 든 물이 담겨 있다. 이 컵을 냉동실에 넣어 얼린 후 다시 재면 질량이 어떻게 변하는가?
답: B) 질량은 아주 조금 감소한다.]
근거를 제시하시오:

 

왜 그런지 몰라서 그냥 아무 대답이나 썼더니... 물음표 세례와 함께 0점을 맞았다.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물이 얼 때 조금 기체로 승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생각이 안 나면 억지로 짜내서라도 '왜 그런지'를 꼭 생각해야 한다. 왜 그런지를 생각하는 그 순간이 좀 귀찮고 괴롭긴 하지만, 바로 그 때 과학적 논리적 사고가 길러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 왜 그런지 생각...

 

나는 문과 출신이라서 과학 공부와는 거리가 멀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과학 공부를 하니 오랜만에 뇌의 다른 부분을 쓰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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