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는 파스타를 정말 잘 만든다.
"파스타를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어?"
"자주 만들어 먹었으니까. 아, 그리고 내가 이탈리아 룸메이트랑 살았을 때, 정통 스파게티 만드는 법을 좀 배웠지."
"오... 그래?"
이렇게 파스타에 자신 있어 하는 찬이건만,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는 자신 없어 했다. 알리오올리오는 올리브유와 마늘이 주 재료고, 토마토나 크림 소스가 들어가지 않는다. 재료는 엄청 간단하지만, 소스 없이 기름과 마늘만으로 깊은 맛을 내야 하니 확실히 어려울 것 같긴 하다.
"그 이탈리아 룸메가 알리오올리오 만들어 줬는데, 진짜 환상이었어! 걔는 엄청 쉽게 휘리릭 만들던데. 근데 내가 하면 그 맛이 안나더라고. 내가 파스타 만들기만 하면 '챈~ 댓 이즈 노 파스타!' 찐한 이탈리아 악센트로 영어 하면서, 진짜 파스타 아니다,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그랬거든. 근데 이번엔 진짜 걔도 인정할 만한 파스타 만들어 본다."
"뭐, 평생 파스타만 만들어 먹은 이탈리아 사람이랑 비교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나? 김치 만들어 보라고 하면 우리가 더 잘 만들지 않을까?"
"음, 나는 잘 만들어도 너는 아닐거야."
"하긴... 나 김치 자신 없어."
김치 한번도 담궈본 적이 없으니까... 요리는 찬이가 더 잘 한다.
찬이가 벼르고 벼르던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시작했다.
마늘을 잘게 썰어서 기름에 볶는다.
나도 마늘 까는 걸 도와줬는데, 아무리 빨리 하려고 해도 찬이가 훨씬 빠르게 잘 깐다.
향을 돋굴 향신료들.
칠리고추와 바질, 파슬리와 마늘 파우더를 첨가했다.
"마늘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데 마늘 파우더를 또 넣어?"
"당연하지! 마늘은 많을수록 좋아."
노릇노릇해진 마늘에 새우를 넣었다. 새우가 이렇게 통통하다니! 진짜 맛있겠네.
"근데 알리오 올리오에 새우 넣는 거 반칙 아닌가?"
"그럼 뺄까? 새우 열심히 손질했는데?"
"아니, 아니... 그냥 입 닫고 있겠습니다."
면도 휘리릭 끓여서 준비해 놨다. 파스타는 꼭 통곡물로 만든 것만 먹는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면 양을 적게 한 게 아쉬웠다. 이왕 만드는 거 많이 만들걸.
새우가 익기 시작하면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완성샷을 찍는 걸 까먹었다!!
플레이팅 한 걸 꼭 올려야 하는데... 너무 좋은 냄새가 나서 그만 사진이고 뭐고 먹기부터 해버렸다.
"어때, 인정해?"
"나 이렇게 향이 좋은 파스타 처음 먹어봐. 오... 이래서 알리오올리오 먹는구나."
"알리오올리오 잘 안 먹지, 너?"
"먹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도 하고... 식당 가서 파스타 시키면 보통 토마토 소스 있는 거 시켰거든."
"아, 이건 진짜 맛있다. 이탈리아 룸메가 와도 이번엔 인정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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