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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괜찮아,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

by 밀리멜리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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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은 기분이 좀 울적했다. 한국이 16강에 가서 펄쩍펄쩍 뛰며 신나 했던 감정이 너무 짧게 지나가서 아쉽다. 

 

금요일 저녁, 재택근무를 하며 한국이 16강 진출한 걸 막 신나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퇴근시간이 넘어서 이사벨이 업무를 줬다. 월요일까지 정부에 제출할 자료가 있는데, 자료 수집이 안 되었으니 월요일까지 각 회사에 재촉메일을 보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여기서 일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건만, 금요일 퇴근시간 지나서 업무를 주고 월요일까지 제출하라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제출할 자료라니까 급하겠지 싶어서 금요일 야근을 하고 재촉메일을 보냈다.

 

다 보냈는데 이사벨이 그날 밤 내가 보낸 메일을 보고 '메일에 날짜 혼동이 있었으니 월요일날 다시 이야기하자.'라는 답장을 보냈다. 나는 또 내가 뭔 큰 실수를 했나 싶어서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 아휴, 메일 보내기 전에 이사벨한테 먼저 확인받을걸! 빨리 쉬고 싶어서 급한 마음에 너무 빠르게 처리했나 보다.

 

게다가 토요일 아침, 동료 마리까지 그걸 보고는 정정메일을 보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토요일 아침 한국어 수업을 할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정정메일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까마득해졌다. 아무래도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데? 토요일인데 보내도 되나? 이번에 보내는 거 확인은 누구에게 받지? 이사벨은 월요일에 보자고 했는데? 게다가 내가 메일을 잘못 보내서 다른 사람의 주말을 방해한 건가 싶은 마음에 죄책감도 있었다.

 

이 업무실수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토요일 오후도, 일요일 오전도 그냥 빈둥대며 그냥 걱정만 하며 보냈다. 그러고 있으려니까 찬이가 한 마디 한다.

 

"너 또 쓸데없는 걱정 하지."

"어, 어... 월요일날 처리해야 하니까 지금 걱정하는 건 쓸데없지."

"그래, 월요일날 다시 가서 보면 돼. 그리고 실수하고 나면 배우니까 좋잖아. 너 자꾸 이렇게 혼자 스트레스 만들어서 받는 성격 고쳐야 해."

 

나도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재미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 봤는데,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피하려고도 하지만 오히려 그 문제에 파묻히는 성향이 있다."는 말을 보고 뜨끔 했다.

 

주말 내내 유튜브 보고 뜨개질도 시도해보고 책도 읽고 만들기도 하면서 계속 뭔가를 해보려고 했는데, 머릿속으로는 계속 실수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로그도 외면하고 있었다.

 

https://poomang.com/t/journeywithmangd5?c=9&kc=32 

 

망디의 마음별 여행기 ep.5 | 스트레스 대처편

항해를 시작하며 우리가 고른 배

poomang.com

 

 

주말 내내 내가 어쩔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주말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도 가만히 누워서 '이러다 주말 다 망치는 거 아닐까?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렇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

 

퍼뜩 이 말이 떠올랐다. 심지어 내가 한국팀을 응원하며 내가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미 잘하고 있으니 나나 잘 해야겠다. 지금 할 수 있는 거? 월요일을 기다리는 것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그냥 내 마음이나 가라앉혀야 겠다.

 

이 걱정은 월요일이 오면 끝나리라는 걸 안다. 영원히 계속되는 걱정은 없으니 평정심 유지해야겠다. 월요일이 지나면 "뭘 이런 걸 가지고 계속 걱정했지?"라고 생각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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