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참 바쁘다.
이제 곧 12월이 오고 휴가 시즌이 시작되면 회의도 좀 줄어들고 일거리도 줄어들 것 같다. 이곳에서 일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는데, 오늘은 또 새로운 일을 해 보았다. 바로 부고 소식 안내문을 쓰는 일이다.
"안녕하세요, 회의 잡으려고 하는데 쉐프 일정 확인 좀 가능할까요?"
"지금은 확인이 안되겠네요. 쉐프가 어제 어머님을 잃으셨거든요. 복귀하면 정확히 알려드릴게요."
"네? 아... 알겠습니다."
'어머님을 잃었다'라는 말에 전화를 하다 갑자기 멍해졌다. 그것도 잠시, 내가 부고 소식 안내문을 써야 한단다.
부고 안내문? 그게 무엇인가, 대체....
다행히도 다른 비서들이 이전에 써놓은 걸 참고할 수 있어서 따라 썼다. 조의를 표하고 장례식장 시간과 장소를 안내하는 글이었다. 쓰다가 틀린 프랑스어는 이사벨이 고쳐줘서, 오전 안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회사에 배포하는 안내문은 최대한 짤막하게 조의를 표하지만, 원래 정식 부고 안내문은 남겨진 사람들- 그러니까 가족, 자식, 친척들의 이름이 모두 나온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애도 기간을 충분하게 준다는 점이 인상깊다. 그 슬픔이 크다는 걸 인정하고, 애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신과 상담도 마련되어 있다.
부고 안내문을 쓰는 오늘, 죽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 쉐프의 어머님은 연세가 많고 고통 완화 치료를 받고 계셨다고 하니, 오랫동안 아프셨나 보다. 쉐프는 어머니의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준비가 되었더라도 역시 힘들다고 말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마음이 어떨지. 그리고 또 내가 죽는다면 어떤 죽음을 맞이할까. 아무래도 머리 새하얀 할머니로서, 평화롭게, 그리고 내가 죽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죽었으면 좋겠다.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아마 여기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부고 안내문을 쓸 일이 없었을 텐데. 모든 사람은 죽는다지만,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부고 소식조차 두렵기도 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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