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되었다. 주말동안 계속 걱정하던 실수를 수습할 수 있을까 싶어서 이사벨을 찾아갔다. 정정 메일은 이미 다 써놓았는데, 이사벨이 너무 바빠서 허락을 맡을 수가 없다.
"오, 그 메일 말이지. 괜찮아. 내가 날짜 연장을 부탁해 놓을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그래요? 아, 주말동안 걱정했는데..."
"아, 정말 걱정할 거 없어. 날짜가 여기저기 달라서 혼동이 좀 있었거든.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 나한테 문자 보내거나 그냥 회의하고 있어도 들어와. 너무 회의가 많아서 틈이 안 나네."
이사벨은 정말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심지어 마리조차도 "너 아무것도 아닌 걸로 걱정하고 있을 줄 알았어. 걱정되는 거 있으면 다 물어봐, 알겠지?" 하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다 괜찮다고 하는데, 역시 걱정한 건 나 혼자였구나 싶다.
쿰바가 인사를 건네왔다. 쿰바는 다정해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
"주말 잘 지냈어?"
"잘 지냈지. 하, 아니 사실... 실수를 해서 메일을 잘못 보냈거든. 그래서 그거 걱정하느라 고민이었어."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쿰바는 내가 이야기한 걸 속속들이 듣더니 웃으며 이야기를 해 준다.
"네가 열심히 일해서 그런 거네. 열심히 일 안하는 사람은 자기가 실수한 줄도 모르지. 넌 열심히 일하니까 그것 때문에 걱정한 거고. 그렇게 걱정하는 날도 있어. 하지만 그게 삶이잖아."
그게 삶이잖아 (C'est la vie, 쎄라비)라는 말을 들으니 좋다. 내 블로그 글을 본 아빠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이 메일 때문에 계속 문의전화가 왔다. 아파서 직원들이 출근을 못 했으니 자료제출을 못 해서 미안하다는 전화였다. 나는 나대로 괜찮다고, 날짜 연장을 해 놓았으니 곧 정정메일을 보내겠다고 수습을 했다.
그런데, 전화하는 게 좀 더 쉬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역시 일년 짬밥 어디 안 가는구나! 이번 실수로 알게 된 긍정적인 면이다.
그렇지만 정말 많이 걱정했다.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나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어떻게 해야 좀 태연하게 이런 일을 넘어갈 수 있을까.
이번 실수는 내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를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 마음이 놓여서 좋다. 하... 이 골칫거리가 해결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 속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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