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너무 바쁘고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정말, 평정심 갖자고 다짐한 게 엊그제인데, 평정심이고 뭐고 마음 급하게 뛰어다니는 중이다.
분명히 이건... 내가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일 거다. 이렇게 바쁠 리가 없어 ㅠㅠ 이런 건 말도 안돼! 오전 내내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내가 뭘 했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 난다.
오늘은 회의가 있었는데, 분명히 회의 전에 장비 확인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스피커가 안 나왔다. 이제 와서 회의실을 변경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우물쭈물 스피커가 안 된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스피커가 안 나와서... 컴퓨터 내장 스피커로 켜 볼게요."
"잘 안들리네요. 소리가 너무 멀어요."
어떡하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쉐프 한 명이 자기 휴대폰으로 연결해 소리를 켜 준다. 회의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하나도 못 알아듣고 종이에는 글자를 쓰는지 그림을 그리는지 그냥 불안초조하기만 했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고맙다고 겨우 인사를 했다.
"아, 도와줘서 고마워요. 스피커가 안 나올 줄은..."
"괜찮아. 장비가 말썽인 건 자주 있는 일이니까. 휴대폰으로 연결하니 잘 들려서 됐지 뭐. 그런 것 가지고 너무 마음 쓸 것 없어."
그리고 점심식사 주문을 했는데, 처음으로 10명의 식사 주문을 했다. 잘 됐냐고? 엉망진창이었다.
몬트리올에는 생뜨위베라는 김밥천국급으로 많은 레스토랑 체인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주문배달을 자주 한다. 전화 받는 사람이 주문 하나하나마다 '디저트 주문하시겠냐, 음료 주문하시겠냐'라고 물었는데... 몇 개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다. 특히 쟝과 이사벨의 주문이 잘못 됐다.
"너, 날 위해서 디저트 케이크를 주문했더라?"
"제가요???"
"그래, 잘 먹었어!"
"아... 또 제가 뭘 잘못 알아들었나 보네요."
"그리고, 쟝의 주문이 잘못됐어. 쟝이 그냥 가버렸거든. 돈은 내가 이미 지불했으니까, 너 먹을래?"
"아, 아니요. 괜찮아요."
"하하, 넌 이미 선택권이 없어. 그냥 먹어."
"네..?"
그렇게 실수를 했는데도 하나도 혼이 안나고, 오히려 공짜 점심을 얻었다(?)
이제 하도 실수를 많이 해서...
제발 이제 그만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다! 이 꼴을 견뎌야지...
'몬트리올 생활 > 공무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의실에서 크리스마스 점심 파티 (5) | 2022.12.16 |
---|---|
한국을 좋아하는 이프레옌의 은퇴 파티 (6) | 2022.12.10 |
실수 수습 완료! (5) | 2022.12.06 |
이 16강전을 실시간으로 보다니 감사합니다! (6) | 2022.12.03 |
배드민턴과 스피닝, 그리고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 (4) | 2022.1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