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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한국을 좋아하는 이프레옌의 은퇴 파티

by 밀리멜리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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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이프레옌이 은퇴했다. 이곳에서 일한 지 벌써 15년이 넘은 이프레옌은 반짝반짝한 15년 기념 사원표를 목에 걸고 있었다.

 

이프레옌의 은퇴를 기념해 간단히 마리, 크리스틴, 프랑스, 넷지와 함께 점심회식을 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너무 바빠서...😫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도 외부에서 일하느라 못 갈 뻔 했다. 10분이 지나고... 넷지에게 못 갈것 같다고 일단 전화를 했다.

 

"급한 일이 생겨서 점심회식에 못 갈 것 같아. 어떡하지? 벌써 식당에 갔어?"

"우리 벌써 식당이야.

"먼저 주문할래? 나 기다리지 말고."

"에구... 어쩔 수 없지. 그래, 알았어!"

 

그렇지만 결국엔 시간이 되어서 😅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 갈 수 있어!"

"오, 잘 됐네. 그럼 일단 먹고싶은 거 주문해. 여기에 한시간 정도는 있을 거니까."

"어... 메뉴가 뭐 있지? 넷지, 너가 시킨 걸로 나도 시켜줘."

"나 볶음밥 시켰는데... 너도 좋아할까?"

"응, 응! 괜찮아! 그걸로 주문해 줘."

 

도착하니 다행히도 아직 메뉴가 나오지 않았다. 

 

"아, 이프레옌! 늦어서 미안해요. 그래도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를 놓칠 순 없죠."

"하하, 와서 다행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었어?"

"아... 이야기하려면 너무 길어요. 그냥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은퇴 계획은 어떻게 되가요?"

"일단 여행을 해야지. 마이애미쪽으로..."

"언제요?"

"2월쯤? 부인도 곧 은퇴하거든. 그러면 이제 같이 한두 달 정도 느긋하게 차로 여행을 할 거야. 보트도 타고."

"와, 멋있네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랜덤으로 시킨 음식이 나왔다. 포르투갈식 해물볶음밥이었는데, 꽤나 맛있었다. 

 

"카드 써준 거 고마워. 다 메시지가 정말 좋더라고."

"별 말씀을요."

"그나저나 한국 축구한 거 봤어. 포르투갈을 이겼더라고! 나랑 부인은 당연히 한국을 응원했지."

"한국 응원하다니, 고마운데요?!"

 

이프레옌은 한국 드라마를 특히나 좋아한다. 넷플릭스의 연모를 좋아해서 연모의 ost를 계속 듣다가 백지영과 린의 팬까지 되어버렸다. 약간 슬픈 듯한 느린 멜로디와 목소리가 좋다고 했다.

 

우리 사무실에 단 하나 있는 한국 열성팬인데, 한국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어 좀 아쉽다. 이프레옌에게 한국 마트에서 산 전통한국과자를 선물했다.

 

"이거, 한국 과자예요. 저번에 좋아하는 것 같아서. 부인분이랑 함께 드시고요. 다이어트 하는 거 아니까 조금씩 먹어야 해요!"

"아, 정말 고마워. 잘 먹을게."

 

이날 하루는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이후로도 계속 바빠서 이프레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이프레옌은 속이 시원할지 아니면 좀 섭섭할지 궁금하다. 선물을 주고 나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것저것 일이 밀어닥쳐서 겨우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마리와 함께 복도로 나가서 마지막 바이바이 인사를 했다.

 

"아, 이프레옌이 갔어! 복도를 돌아 나가는구나. 아, 가슴이 좀 아픈데?"

"그러니까 말이야..." 

 

마리의 말처럼, 마지막 그 뒷모습이 어쩐지 좀 찡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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