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에는 머리를 기르는 남자들이 정말 많다. 그렇게 긴 머리를 그냥 생머리로 놔두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아니면 꽉 묶어서 조그마하게 똥머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편한 복장을 입을 땐 머리를 풀고, 양복을 입을 땐 머리를 꽉 매는 편이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 첨이랑 얼마 전에 같이 바에 갔거든..."
첨(Chum)은 남편이나 혹은 남자친구를 말한다. 아내나 여자친구는 블롱드(Blonde)라고 부른다. 이 두 용어는 퀘벡에만 있는 독특한 용어인데, 아무래도 퀘벡에서는 결혼제도가 약하기 때문에 남편과 남자친구를 한꺼번에 부르는 이런 용어가 생긴 것 같다.
두 사람이 함께 1년동안 살았다는 증거만 있으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도 결혼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참 드물다. 그냥 동거인 상태로 아이들을 낳고 가족을 꾸려 산다. 중년, 노년이 될 때까지도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커플이 많으니, 아내-여자친구, 남편-남자친구를 뭉뚱그려 부른다.
그럼 상대방이 결혼했는지 아닌지 모르지 않겠냐고? 바로 그렇다!
재밌는 건, 퀘벡 사람들은 누가 결혼했든 말든 관심이 없다. 나도 여기서 일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아무도 내게 결혼했냐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 질문은 한국사람에게서만 받았다.
"내 첨은 머리가 이렇게 길단 말이야. 어깨 너머 허리까지 와. 평소엔 묶어서 쉬뇽을 만드는데, 그걸로 묶어. 뭐라더라, 이름이? 츄츄? 슈슈?"
"아, 그거, 슈슈라고 해! 우리 딸이 그거 좋아하는데."
"슈슈? 머리 묶는 끈 말하는 거야?"
"어, 그런데 이렇게 천으로 주름장식 되어 있는 거 말이야. 잠깐, 사진으로 보여줄게."
마리의 이야기에 모르는 단어가 많았지만, 어쩐지 눈치로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리가 보여주는 화면을 보니 역시 슈슈는 머리끈이 맞았다.
요즘도 곱창 머리끈이라는 용어를 쓰나? 영어로는 헤어 스크런치라고 부른다.
쉬뇽은 동그랗게 말린 머리 묶음, 똥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슈슈랑 쉬뇽, 말이 다 귀엽다. 왜 우리나라는 머리 말아올린 걸 똥머리라고 부르는 걸까?
"그래 아무튼, 첨이 머리를 풀었거든. 그러니까 옆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머리카락 탐스럽다고 칭찬하더라. 그리고 나서 계속 머리 풀고 다녀!"
"하하하하."
"머리카락은 한 달에 1~2센티미터씩 자란다는데, 쟝, 쟝도 지금부터 머리 기르면 여름 되기 전에 슈슈로 머리 묶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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