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주 카페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빵집 2층에 카페가 있는데, 조용하고 빵도 맛있어서 만족! 마미 클라푸티라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차이티 라떼를 마셨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민트향이 느껴진다. 민트 맞나??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라떼도 좋았다.
저녁시간이었는데, 점원이 오더니 초코우유를 준다.
"이거 기한이 2일 정도 남은건데, 드실래요?"
"어, 좋죠! 고마워요."
공짜 초코우유를 누가 마다할까?
아... 하지만 이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는 원래 우유를 잘 못 마시지만 초코우유를 보니 땡겨서 두 모금 마셨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집에 갈 때 화장실 가고싶어서 죽는 줄 ㅠㅠ
이 빵집에서 집까지 초스피드로 걸어야 했다.
초코우유에, 치즈케이크에, 초코 패스츄리에... 맛있는 걸 과하게 먹은 모양이다. 그치만 초코우유만 안 먹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이 카페에서는 사람구경이 재밌었다. 퀘벡 사투리 쏙 뺀 우아한 프랑스어를 쓰는 두 여자가 있었고, 러시아인지 동유럽 언어같은 말을 쓰는 4살 아기가 빽빽 울다가 엄마가 입에 물어다주는 빵을 먹더니 울음을 뚝 그쳤다. 어떤 할아버지가 나한테 와서 "포크는 어디서 받아가요?"하고 불쑥 묻기도 하고.
하지만 제일 하이라이트는 능숙하게 영어를 쓰는 키 큰 여자와 프랑스어 악센트가 강한 영어로 더듬더듬 말하는 어느 남자의 대화였다. 둘이 하는 이야기가 카페에 울려퍼졌다. 커플은 아니고, 데이팅 앱에서 만나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것 같았다.
"나 너 인터넷에서 다 찾아봤어. 너 밴드하더라?"
"오, 그거 아는 사람 별로 없는데..."
"여기 나오기 전에 다 스토킹해 봤지!"
"음, 그래서... 너는 이런 만남 자주 해?"
"글쎄, 어느 정도는 만나 봤지. 너는?"
"나는 진지한 만남을 좋아해. 데이팅 앱에서 잘 살펴보지도 않고 라이크, 라이크, 라이크만 하는 거 너무 싫어."
"그렇구나. 너 취미는 뭐야?"
"요즘은 복싱을 해. 킥을 배우고 있어."
"오, 엉덩이를 차줘야 겠네."
"그러고 싶지만... 네가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그건 그만둘래."
"너 바디카운트는 어떻게 돼?"
"하하하, 이런 이야기 너무 솔직하게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은데..."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길래... 안 들으려고 해도 들리는 걸 어떻게 하는가?
'바디카운트'가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랑 잤느냐를 의미하는 거였다. 서로 정확한 숫자를 안 가르쳐 주려고 말 돌리는 솜씨가 대단했다. 어느새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어쩐지 조용한 게, 이 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거 같았다. 아니... 연애 예능보다 더 재밌는 걸 어떡해.
둘이 잘 됐을까? 알 길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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