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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발코니에는 가끔씩 비둘기가 찾아온다.
처음에는비둘기가 반갑지만은 않았다. 좀 더럽거나 무섭다는 생각도 들고, 이전에 와서 비둘기가 흰 똥을 싸고 가길래 그걸 치우며 좀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비둘기가 나한테 해를 끼친 적도 없는데 내가 먼저 비둘기를 더럽다고 생각한 건 왜일까?
반야심경에 보면,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다.
나의 더러움이 싫어서 비둘기 탓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둘기가 더럽다고 생각한 건 나뿐이다. 나의 더러움을 비둘기에게 투사했을 뿐이다.
아무튼, 비둘기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나니 우리 집에 찾아오는 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이 추운데 먹을 것도 없을 테고 어떻게 사나 궁금하다. 빵쪼가리를 조금씩 떼어서 주니 신나게 먹고 갔다.
그 다음날도 비둘기가 찾아와서 또 빵을 먹고 갔다. 이번엔 손에 올려놔 보았는데, 경계를 하면서도 빵조각을 물고 먹는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출근하느라 못 봤는데, 눈이 쌓인 틈에 또 우리집에 온 모양이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ㅋㅋㅋ
또 빵조각 주지 않나 서성거리다 간 발자국 흔적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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