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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리뷰/책 리뷰

베르나르 베르베르 - 파피용 리뷰/독후감

by 밀리멜리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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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은 오랫동안 내 독서 리스트에 있던 책이다.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자꾸 잠들어서 미뤄놨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뤄놓은 책을 다 읽으니 숙제를 마친 것처럼 후련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지루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야기 중반을 넘어가니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속도가 금방 붙었고, 마지막 반전이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면, 언젠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책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기도 하고, 그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주선은 특별하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로켓이나 비행접시 모양의 우주선이 아니라, 나비 날개같은 돛을 단 우주 범선이다. 그 모양이 나비를 닮아서 우주선에 파피용(나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파피용 호에는 무려 14000명의 승객이 탑승한다. 우주선 안에는 인공 태양과 인공 중력이 있고, 호수, 숲, 밭, 도시가 있어서 그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가며, 대를 이어 천 년동안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만 명이 넘는 승객이라니!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는 우주선이 있다면, 지구를 떠날 것인가? 나는 어쩐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주 쉽게 만 사천명의 탑승객을 찾았다. 오히려 다들 이 우주선에 탑승하고 싶어서 난리였고, 우주선에 탑승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를 질투해 무력시위까지 일어난다. 

 

이들이 지구를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 작가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았다. 내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고통이다. 지구가 아주 황폐해져서 못 살 정도로 고통스러우면 모두가 그 우주선에 탑승하고 싶어할 것이다. 

 

"고통은 왜 존재하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란다. 불에서 손을 떼게 하려면 고통이라는 자극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중.

 

새로운 행성을 찾는 데 천 년이 넘게 걸린다. 그 천 년 동안, 탑승객의 후손들은 자신이 왜 우주선 안에 있는지, 자신들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까맣게 잊는다. 어떤 후손은 스스로 왕이 되었고, 어떤 자는 시장이 되고, 어떤 자는 범죄자가 되어 버렸다. 권력을 탐해 서로를 죽이고, 전쟁을 벌이다 휴전하기를 반복한다. 주인공의 후손만이 파피용호를 조종하는 법을 전수받으며 여행을 해나간다. 다른 탑승객들은 자신이 있는 공간이 우주선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이다.

 

파피용 호의 승객들은 지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지구인과 똑같은 역사를 반복해 나간다.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꾸 잊어버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우주인들은 지구인과 꼭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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