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나와 넷지, 쿰바는 우연히 다같이 퇴근했다. 셋 다 똑같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기 때문에 자주 마주친다.
병원 문밖을 나오자마자 길 건너 정거장에 버스가 막 도착하는 걸 봤다. 셋 중에 제일 성격 급한 내가 후다닥 계단을 뛰었다. 한국인 아니랄까봐 성격 진짜 급하다. 😅
"아! 버스 놓치겠다! 못 타려나?"
"조심해! 저건 이미 놓친 거야. 그냥 천천히 가자."
버스 운전사들은 횡단보도 건너는 사람을 보면 기다려 주기도 하는데... 눈이 와서 길바닥이 미끄럽다.
쿰바의 말을 듣고 다시 천천히 걸었다. 쿰바는 성격이 온화하고 느긋해서 서두르지 않는다. 쿰바는 지각도 거의 하지 않고 야근도 하지 않는다. 칼퇴를 지키는 그녀!
"그럼 우리 걸을까?"
"와,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
"별로 춥진 않네. 그럼 좀 걷자."
걷다 보니 길거리가 참 예뻐서 찍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넷지가 묻는다.
"너 사진기 있어?"
"아니!"
"너 자주 사진을 찍길래, 사진에 관심있나 했어."
"아, 블로그 쓰려고 찍는 거야. 근데 예쁘지 않아?"
"진짜 예쁘긴 하다. 차 막히는 건 안 예쁘지만😮"
넷지는 눈 쌓인 건물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이 거리가 몬트리올에서는 제일 막히는 거리이다. 한국의 교통난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새발의 피도 안 되지만. 몬트리올 도시 자체가 섬이기도 하고, 다른 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 도로가 다리로 가는 길목이어서, 겨우 왕복 4차선밖에 안 되는 이 도로는 항상 막힌다.
"얼마 전에 차를 샀는데, 쎄뇨르...! 차를 타고 오는 게 대중교통보다 더 걸려! 게다가 주차 자리도 너무 적고... 겨울에 눈 때문에 차 관리도 힘들고. 나 이제 버스 탈 거야."
"차 새로 샀는데도?"
"나중에 놀러갈 때나 타든가 해야지, 출퇴근은 안되겠어."
넷지가 투덜거린다. '쎄뇨르'는 스페인어로 '미스터'라는 뜻인데, '오 마이 갓'이랑 비슷한 의미이다. 스페인어지만, 몬트리올 사람들도 자주 쓰는 감탄사다. 남미 쪽 이민자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 게, 주차와 교통체증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걸 관둔 사람도 있다. 나는 차를 안 타서 별 불편을 못 느끼지만,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지긋지긋하겠지...?
차 운전하려면 연습을 좀 해야 할텐데... 운전학교 등록이 귀찮아서 자꾸 미루고 있다. 차를 꼭 사지 않더라도 카셰어링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연습만 잘 하면 쓸 수 있을 것 같다.
눈이 자꾸 내려서 걷다 말고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바캉스나 휴가를 가려면 차가 필수인데, 나는 여기 살면서도 대중교통이 편해서 차의 필요성을 거의 못 느꼈다. 그래도 동료들은 차가 필요할 거라고 권해줬는데... 🚗
실은 한국에서 어떤 난폭 운전자가 막 따라오면서 욕한 이후로 운전하는 게 무서워졌다. 으음... 언젠가는 운전학교에 가겠지,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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