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기념 점심 회식을 했다. 나도 1월생이고, 넷지도 1월생이라 한꺼번에 축하 식사를 하기로 했다.
회식 장소는 가까운 포르투갈 치킨 레스토랑. 샐러드와 감자튀김이 함께 따라나온다.
"뭐 먹을 거야?"
"난 이미 정했지, 닭가슴살로."
"나도 그거 먹을래."
"하하, 내가 앙플루엉세했네!"
프랑스어에는 영어랑 스펠링이 비슷한데 발음이 다른 단어들이 많다. 영향을 주다라는 뜻의 인플루언스는 프랑스어로 앙플루엉세라고 발음한다.
"나도 처음부터 닭가슴살 먹으려고 했어!"
"하하, 그래, 그래."
이 식당에는 '페리페리'라는 주황색 소스가 나오는데, 매운 거 하나도 없는 이 식당메뉴에 살짝 매콤한 맛을 주는 소스다.
난 평소에 매운 걸 못 먹는 편이다. 신라면도 못 먹고 불닭라면은 까르보나라 버전만 겨우 먹는다. 떡볶이도 매워서 많이 못 먹고, 불닭은 시도도 안 해봤다.
그런 맵찔이인 나도 여기서는 매운맛 마니아가 된다. 소스가 영 싱거워서 페리페리 소스를 자꾸 넘겨달라고 했더니, 매운 걸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다!
생일이라고 타르트 서비스가 나왔다.
불꽃이 참 예쁘다.
점심 회식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오전동안 업무에 눌려 있다가 동료들과 함께 밖에서 좀 걷고, 메뉴 보면서 뭐 먹을까 고민하고, 수다 떨고 하다 보면 힘이 난다. 또 이럴 때 새로운 프랑스어 표현을 배운다.
"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엄지손(푸쎄) 해봤어?"
"아니. 엄지손이 되나, 요즘은?"
넷지와 나는 엄지손 이야기에 뭔 소린지 못 알아듣고 있었다.
"엄지손이 대체 뭐야?"
"영어로 히치하이킹. 엄지손 세워서 차 얻어타는 거. 너 해봤어?"
"아하... 아니,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여기서는 자주 해?"
"별로. 80년대에나 했지, 요즘은 안전 문제때문에 안 그래. 근데 말이 재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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