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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꿈에서도 일을 하다니?!

by 밀리멜리 2023.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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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할 때, 쿰바가 프린트를 하나 부탁했다. 커다란 용지에 컬러로 인쇄하는 거였다. 

쿰바의 사무실에도 프린트기가 있지만, 종이 사이즈가 다르거나 컬러프린트와 스캔이 가능한 프린트기는 잠가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내게 부탁한 것이다.

퇴근 전에 쿰바가 준 프린트를 하려고 하는데 뭔가 자꾸 오류가 났다. 잘못 프린트해서 못 쓰는 종이가 늘어났다. 이런...

"쿰바, 여기 프린트물이야."
"아, 정말 고마워!"
"근데 너 단면으로 필요한 거야, 아님 양면으로?"
"이거 잘라서 게시판에 붙일 거거든."
"엇, 그럼 단면으로 해야겠네? 이거 양면인데."
"괜찮아, 잘 잘라서 어떻게든 해볼게. 더 필요하면 내일 말할게. 우리 얼른 퇴근이나 하자!"
"정말 괜찮아? 그러자, 그럼!"

그렇게 퇴근을 하고, 그날 저녁 푹 쉬고 잘 잤다. 공부도 끄적끄적 두 페이지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그런데 내 무의식은 사무실을 떠나지 못했는지(?) 내가 끝마치지 못한 일을 꿈에서 계속하려고 했다. 꿈에서 계속 쿰바가 준 파일을 프린트하는 꿈을 꿨다. 이 꿈이 얼마나 생생했는지 파일 제목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몸이 사무실에 없으니, 무의식만으로는 일을 끝낼 수 없었다. 퇴근 전에 그랬던 것처럼, 자꾸 프린트가 잘못 나왔다. 자꾸 못쓰는 종이가 늘어났다.

그러고 나서 자다가 오줌이 마려웠는지... 나는 갑자기 선생님이 되어 있었고, 학생이 '저 화장실 다녀와도 돼요?' 하고 묻는 꿈을 마지막으로 아침에 깨어났다.

그 꿈 때문인지, 아침에 오자마자 프린트를 확인하고 쿰바에게 프린트물을 넘겨주러 갔다.

"안녕, 쿰바! 오늘 어때?"
"오늘 좋지, 고마워! 아, 어제 그 프린트 다시 해왔구나. 내가 괜찮다고 했는데."
"알지, 알아. 그런데 말야, 내가 어젯밤에 계속 이걸 프린트하는 꿈을 꿨어. 근데 꿈이라 그런지 계속 뭐가 안되더라고? 결국에 꿈에서 잔뜩 실패만 했어."
"아, 그래서 아침에 오자마자 내 프린트부터 해준 거구나? 하하하, 고생했어. 너무 고마워. 내가 커피 끓여놨는데 커피라도 한잔 해."
"고마워. 오늘은 커피 필요할 것 같아!"

사실 일이 끝나고도 일 생각을 하는 편인데, 정신건강에 그리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요즘 좀 괜찮아졌나 했더니 꿈에서도 일을 하다니...! 절대적인 시간으로 보면 그렇게 오래 일하는 게 아닌데... 


아무래도 좋은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집에서 쉴 땐 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편인데, 디지털 미디어는 충분한 휴식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좀 더 다른 할 거리를 찾아봐야지.

 

오늘 아침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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