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과학수업의 랩 세션 때문에 학교에 가는 날이다. 이상하게도 이 랩실에만 가려면 마음이 좀 두근거린다. 왜일까...
시험치러 가는 것도 아닌데, 괜히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걱정이 된다. 뭐가 걱정이 되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부담이 된다.
다행인 건 이렇게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 그냥 1~2시간 잠깐 허락맡고 나와도 된다는 것이다. 어제 미리 이사벨에게 학교에 간다고 말해놓고 점심시간 전까지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사벨은 늘 그렇듯이 "빠드수씨! (걱정마)" 하며 잘 보내주었다.
그렇게 허락을 맡고 나왔다. 요며칠 따뜻하더니만 오늘은 좀 춥다. 겨울양말, 바지 두 겹, 목도리, 모자, 퐁퐁달린 모자 단단히 챙겨입고 나왔다. 학교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15분 넘게 걸어야 한다.
도착하니 실험실 조교가 숙제 끝내는 걸 도와주었다. 숙제는 저번에 그린 시계 톱니바퀴 모형을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시계라고 할 것도 없다. 톱니바퀴 세 개가 끝. 분침이 시침보다 빠르게 돌아가기만 하면 오케이다.
"아무렇게나 해봐. 하다가 틀리면 다시 하면 되니까."
1시간 반이 걸릴 줄 알았는데, 톱니바퀴에다 망치질을 뚝딱뚝딱 하고 분침과 시침을 붙이니 그냥 20분만에 끝이 났다.
"자, 이게 끝이야. 뭐 별 거 없지?"
"그러네요."
정말 오랜만에 망치질을 해본다. 오오...? 의외로 재밌네.
그런데 이게 끝이라고? 훨씬 복잡할 줄 알았다.
마담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과제가 끝나고 기말 시험에 뭘 만드는지 다 가르쳐 주었다.
"기말시험은 이것보다 복잡해. 로봇 손을 만들 거야. 로봇의 손가락과 손목을 만들 건데, 손가락은 피벗 회전,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거고. 손목은 360도 회전하는거야. 그런데 우리가 로봇으로 360도 회전은 힘드니 가로 세로 두 개의 회전만 구현할 거야."
"아... 그렇군요."
마담은 이미 만들어 놓은 모델 손모형을 보여주었다. 박스로 손가락과 손목을 만들고, 구멍을 뚫어 못을 박아 회전을 하는 식이었다. 흠... 기말 과제가 이거란 말이지?
또 드릴 만지는 법도 알려주었다.
"전원 코드를 뺀 상태로 드릴못을 넣어야 해. 그리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지 꼭 확인하고. 그래야 구멍이 뚫리거든. 이 버튼을 누르면 회전 방향이 바뀌어. 뚫을 땐 오른쪽, 뺄 땐 왼쪽이야. 알겠지?"
"아참, 기말 땐 보안경도 꼭 써야 한다. 안 그러면 점수 깎일 수도 있으니까."
"네, 이해했어요."
이번 과학 수업도 중반이 넘어간다. 총 6과목 중에 1.5과목 정도를 마친 셈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말 이번 수업, 별 거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어렵고 부담스럽다고 느꼈을까? 학교에 오니 어린 학생들이 정말 많다. 자기들끼리 막 떠들고 까부는데 괜히 좀 침울해지는 느낌이다.
다 내 마음이 만들어 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다음 번엔 좀 마음 편히 해야지.
'몬트리올 생활 > 몬트리올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리는 날, 외관이 예쁜 카페와 식당들 (6) | 2023.01.28 |
---|---|
눈폭풍 속 산책 (3) | 2023.01.27 |
배드민턴 라켓 사러 가서 스포츠용품점 구경하기 (4) | 2023.01.24 |
재미있는 퀘벡 서점 구경 (1) | 2023.01.22 |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3) | 2023.01.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