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과 이야기하다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있었다.
아기를 낳은 산모를 돕는 의료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프로젝트 이름이 "아미 드 베베(Amie de bébé, 아기의 친구)"다. 프랑스어로 아미(Ami)는 친구, 베베(bébé)는 아기를 의미한다.
프랑스어에는 명사에 남성형/여성형이 있는데, 보통 여성명사에는 e를 덧붙인다. 그래서 아미(ami)하면 남자인 친구, 아미(amie)하면 여자인 친구를 의미한다.
"프로젝트 이름이 아미 드 베베(Amie de bébé)죠? 아미에다가 e 붙여서."
"음... 아미.이(Ami.e)라고 하자. 그러면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되니까."
"아, 그래요. 남성 여성을 모두 포함하는 게 중요하죠."
"그렇지, 요즘 신경써야 할 것 중 하나야. 새로운 시대니까. 산모를 말할 때도 '임신한 여자'가 아니라 '임신한 사람'이라고 해야 해."
"네? 그래요??"
이 말에 깜짝 놀랐다. 임신조차도???
"응. 여자라고 특정하지 않는 게 좋아."
"아니... 왜요? 임신은 여자가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시대라는 거야. 남자도 임신할 수 있으니까..."
"네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 프랑스, 이게 이해가 가?"
"자, 생각해 봐. 만약에 우리 아들이 나중에 여자가 되고 싶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
"뭐? 남자아이가 임신을 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자궁을 이식해서 임신이 가능하다는 말이야?"
나는 너무 혼란스러워서 다시 되물었다. 자기 아들이 여자가 되고 싶을 수도 있다는 예시를 아무렇지 않게 드는 프랑스에게도 놀랐다. 이사벨이 다시 예를 들어주었다.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나를 예로 들어서 생각해 봐. 나는 생물학적으로 여자로 태어났지. 근데 살다가 보니 남자가 되고 싶어졌다고 치자고. 그래서 뭐 트랜스젠더 수술을 하든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든 해서 외형적으로도 남자가 되고, 내가 나를 남자로 아이덴티파이하는거야. 그러면 남자가 되었지? 그런데, 또 살다가 아기를 가지고 싶어졌어. 그럼 원래 가지고 있는 자궁을 가지고 임신이 가능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남자도 임신이 가능하다고 하는 거야."
"아... 알겠어요."
"그래서 임신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게 좋다는 거야. 임신한 여자가 아니라."
"아하..."
프랑스와 이사벨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듯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나만 이 컬쳐쇼크에 멍하니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참, 엘리엇 페이지도 남자가 되었지. 쉽게 말해서, 엘렌 페이지가 엘리엇 페이지로 남자가 되었어도, 생물학적으로 임신은 가능하니까... 만약 엘리엇 페이지가 임신하면 남자가 임신한 것이다.
오 마이 갓, 캐나다가 아무리 성정체성에 열려 있다지만. 정말 쇼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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