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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공무원 이야기

매운 소스를 좋아하는 동료들

by 밀리멜리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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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넷지가 카페테리아 점심이 맛이 없었는지 불만을 토로한다.

"이 수프는 꼭 이유식 퓨레같다..."
"그래? 뭘로 만든 걸까, 궁금한데?"
"그거 감자 수프야. 그런데 뭐 같다고?"
"아기 이유식 퓨레같다고."
"으윽."

아기 이유식 퓨레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감자 수프가 별로인 듯 하다.

"내가 김치 줄까? 매콤하거든."

내 도시락에는 항상 김치가 들어간다.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총각김치~

"오, 좋지. 이게 그 유명한 김치구나. 평소에 싸오는 거랑 좀 다른데?"
"이건 무로 만든 김치야."
"오, 맛있다. 음- 이게 김치구나."
"원래 배추로 만든 게 더 매운데, 이건 내 입맛에 맞는 거라 덜 매워."
"그러네, 별로 안 맵다."

밍밍한 감자수프에 김치 곁들여 먹으면 맛있지. 그치만 매운 걸 좋아하는 넷지에게는 약과인 것 같다. 난 매운 거 잘 못 먹는 맵찔이라서... 김치도 순한 걸 좋아한다.

"매운 거 필요하면, 내가 매운 소스 줄까?"

매운 소스를 아예 사무실에 두고 다니는 쟝이 말했다. 아예 냉장고에 가서 노란 소스 하나를 꺼내온다.

"뭔데요? 한번 먹어볼게요."
"아이티 마켓에서 사온 건데, 마툭스 칼립소 소스라는 거야."


넷지가 칼립소 소스를 덜어서 먹는다.

"오, 진짜 매콤하네. 이거 맛있다. 사진 찍어가야겠어."
"나도, 나도 좀 줘 봐."

나도 소스를 조금 덜어 먹었다. 톡 쏘게 매운 게, 정말 김치보다 3-4배는 매웠다. 한국 고춧가루처럼 은근하게 매운 느낌이 아니라 겨자와 외국 고추 섞은 느낌? 혀가 잠깐 얼얼하다가 사라진다.

"와 이거 괜찮다."

 

살짝 톡 쏘고 얼얼한 느낌이 정말 신기하다. 마, 이게 남미의 매운맛이다.

아프리카의 매운맛을 그리워하는 넷지에게도 잘 맞는 모양이다. 나와 넷지가 소스 이렇게 좋아하니 덩달아 마리와 크리스틴, 카미유까지 다들 소스 맛을 보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인턴 카미유를 위해 쟝이 직접 오이샐러드를 소스에 찍어서 주었다.

넷지와 나 빼고는 모두 퀘벡 토박이인데 매운 걸 정말 잘 먹는구나...?!

마리도 맛있었는지, 참치 샌드위치 안에 아예 소스를 부었다. 마리가 매운 걸 좋아하는줄 몰랐는데?

3분 후, 마리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고 눈물이 살짝 고였다. 켈록켈록 기침도 계속 하는 걸 보니 정말 매운 모양이다.

그렇지만 맵다는 말이 없다.

 

기침하면서도 뭔가 열심히 말하고 있다. (또 프랑스어 못 알아들었다.)

우리는 모두 마리가 매워하는 걸 알아챘지만... 

 

마리의 맵부심(?)을 위해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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