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몬트리올에는 얼음비가 내렸다.
얼음비가 뭐야? 나는 영하 2도의 날씨예보를 보고 궁시렁거리며 패딩잠바를 다시 꺼냈다.
얼음비는 말 그대로 얼음비였다. 눈은 아니고 비가 얼은 것인데, 좀 녹은 얼음이 내리는 거였다. 한번에 많이 내리지는 않는데 보통 비보다 좀 뭉툭한 게 떨어지는 느낌이다. 투둑, 투둑.
하루종일 얼음비가 내리더니, 결국에는 땅이 얼고 건물에는 커다란 고드름이 여럿 생기고, 나뭇가지는 얼어서 얼음꽃이 피었다.
나무에 얼음꽃이 피니 예쁘다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퇴근하는 길에, 얼어버린 나무가 도로에 쓰러진 걸 보았다. 세상에! 이게 마냥 예뻐할 일만은 아니었군.
비는 조금씩 오늘 아침까지 내렸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어제 오후부터 이 얼음비 때문에 몬트리올의 반이 정전되었다고 한다.
동료 마리가 몬트리올 정전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엄청나지! 무려 백만 가구나 정전이야. 거의 몬트리올의 반이나 되지. 너희 집은 무사해?"
"응, 다행히 무사해. 너도?"
"나도 괜찮아. 그나저나 학교도 모두 문닫았더라."
내 상사 이사벨의 집도 정전되었다고 한다.
"오늘 원래 재택근무를 하려고 했는데, 집이 정전되어서 어쩔 수 없이 왔어."
이사벨은 오전근무만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가야 해. 우리 집 앞에 나무가 쓰러졌대."
"세상에! 이사벨 집이랑 차는 괜찮아요?"
"지금은 별 이상 없는 것 같아. 그렇지만 사람들이 나무를 치운대서, 그러려면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여기서 배터리 충전했으니 일은 할 수 있을 거야."
이 와중에도 일을 생각하다니... 정전 때문에 클리닉과 보건소들이 문을 많이 닫아 비상이다.
나는 동료 떼아에게 물었다.
"근데 영하 20도일때도 멀쩡한 전기가 왜 끊어져? 지금 영하 2도밖에 안되는데."
"얼음비 때문에 송전선에 문제가 생기는 거래. 나무랑 송전선이 얼음때문에 붙어서 불이 나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해서 그래."
"완전 비상사태네."
"아포칼립스지!"
'몬트리올 생활 > 공무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지의 마지막 날 (2) | 2023.04.15 |
---|---|
회사에서 운동! 일상 회복에 도움이 되는 스포츠 (5) | 2023.04.13 |
퀘벡 사람들은 꼬북칩을 좋아할까? 감자칩 블라인드 테스트! (6) | 2023.03.15 |
매운 소스를 좋아하는 동료들 (7) | 2023.03.10 |
수요일은 배드민턴, 시작이 반! (3) | 2023.03.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