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지와 나는 수요일마다 계속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5~6명이서 시작한 배드민턴인데, 한명씩 슬금슬금 핑계를 대고 빠지기 시작했다.
"난 요즘 팔꿈치가 아파서..."
"난 재택근무야."
난 댈만한 핑계가 없다. 그리고 어차피 배드민턴이 30분 달리기보다 훨씬 재밌어서 기회가 되면 하려고 하지만, 나도 은근슬쩍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저번 주, 마리가 와서 물었다.
"점심시간에 배드민턴 치게 체육관 예약할 건데, 갈 거야?"
"응, 가지! 넷지도 간댔어. 셋이 돌아가면서 치자."
"좋지~!"
그러나 막상 수요일이 되자 마리가 와서 말했다.
"미안한데, 나 오늘 저녁에 시험이 있어서 점심에 복습을 좀 해야겠어! 내가 먼저 가자고 했는데 미안해."
"오, 괜찮아, 걱정 마. 넷지랑 갈게. 시험 잘 봐, 봉 샹스!"
점심시간, 넷지에게 가서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알로, 넷지! 배드민턴 갈래?"
"아, 그렇지... 배드민턴 하는 날이구나. 깜박 하고 있었다. 그런데 , 음... 어쩐지 기운이 안 나네."
"그래?"
"신발도 그렇고..."
"엇, 스노우부츠네. 운동화 없어?"
"아니, 운동화는 옷장에 넣어두긴 했는데."
"그럼 한시간 다 치지 말고 30분만 치다 오자."
"30분만?"
"응. 너무 힘들면 다음으로 미루고."
"아니야, 아니야. 가자, 가서 30분만 하고 오자."
우리 팀 중에서 나와 넷지가 배드민턴을 제일 못 친다. 넷지는 배드민턴 자체를 처음 쳐 보고, 나는 원체 운동신경이 좀 더뎌서...
처음 시작할 땐 서브도 못 던졌는데, 얼마간 지나니 서브는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주고받기는 매끄럽지 않다. 배드민턴 공이 이리저리 튀니 잘 치는 사람보다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한다. 그래서인지 운동은 확실히 잘 된다 ㅋㅋㅋ
하지만 넷지의 성장이 정말 눈부시다. 타고난 힘이 좋은 건지 공을 엄청 멀리 보내거나 높게 보낼 수 있다. 내가 그 공을 가까스로 받아치면 넷지만큼 멀리 가지 않아서 네트에 걸려버린다.
아무튼 이렇게 잘하려면 가야 할 길이 멀지만... 30분이 지났는데도 넷지는 팔팔하다. 내가 먼저 가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30분인데, 이제 슬슬 가볼까?"
"조금만 더 치자. 어때?"
"그러자!"
결국 45분동안 배드민턴을 쳤다.
"처음엔 하기 싫었는데, 막상 움직이니까 더 하고 싶어졌어."
"오... 대단한데? 맞아, 일단 몸을 움직이면 탄력을 받는 것 같아."
"처음에 가기가 힘들지, 막상 가니까 재밌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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