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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생활/몬트리올 일상다반사

해외출국, 공항에 몇시까지 도착하나요?

by 밀리멜리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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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드디어 캐나다를 떠나는구나. 20시간이라고 하면 찬이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면서 오버하지 말라고 하지만. 몬트리올에서 밴쿠버까지 6시간,  경유 2시간, 밴쿠버에서 인천까지 12시간,  합하면 20시간이 된다.

비행기 타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이켜 보면 그것도 재밌다. 잘 도착했으니 재밌지만...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새벽 3시에 일어났다. 냉장고에 남은 야채와 닭고기를 털어 밥을 해 먹고는 캐리어를 들고 서둘렀다.

출국 시 공항에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하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비행기 출발시간 2시간 전이 국룰 아닙니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출발이 7시라서 5시에 공항에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동료 크리스틴이 촉박하지 않겠냐며 물었다.

"출발 3시간 전에 가는 게 좋지 않아?"
"그래? 어차피 밴쿠버 가서 갈아타야 하거든. 첫 비행기가 국내라서 그렇게 안 막힐 거 같은데..."
"글쎄,  결정은 네 몫이지만 나는 3시간 전에 가거든. 강요하는 건 아니야!"

결정은 네 몫이지만. 퀘벡 사람들은 꼭 충고를 할 때 이런 말을 덧붙인다. 너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과 동시에 그러다 망해도 내 책임 아님! 을 내포하는 뉘앙스가 있다.

아무튼 이 말은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4시에 일어나려던 계획을 새벽 3시에 일어나기로 변경했다. 게다가 한 시간에 한 번 오는 공항버스를 빨리 타기 위해 캐리어를 끌고 눈썹 휘날리게 뛰었다.


너 짐 들게 할 생각 없으니 걱정 마!
그치만 뛰어!!!!


결국 이렇게 뛸 필요는 없었다. 공항에 잘 도착해서 수속을 다 마치고도 한 시간 반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내선은 창구도 제일 많고 여행객도 없어서 텅텅 비었다. 수화물 보내기, 티켓발행, 보안검사도 빠르게 끝났다. 수속이 총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행!

하지만 크리스틴의 조언도 영 빗나간 건 아니다. 크리스틴은 지난 휴가에 디즈니랜드를 갔는데, 미국행 비행기 창구 앞에는 엄청난 줄이 있었다. 미국을 경유해야 한다면 그녀 말처럼 넉넉히 일찍 출발하는 게 좋겠다.


한산한 몬트리올 공항

비행기 뜨기까지 한 시간 반. 뭘 하며 보낼까?

수속을 다 마치고 게이트 주변을 하염없이 걸었다. 아직 졸린 상태로. 좀비처럼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면세점에서 퀘벡 특산품 아이스와인이라도 사가려고 했는데... 새벽이라 면세점이 모두 닫혀 있다.

그렇게 걷다 발견한 보물!

닌텐도!?

닌텐도 게임이 무제한 공짜였다.

자리도 텅 비어 있어서 재빠르게 차지했다. 공항 이곳저곳을 좀비처럼 걸어 다녔더니 이런 레어템을 발견했다!!

고전게임 여러 가지를 하니, 이겼다졌다 하며 시간이 훌쩍 갔다.

시간이 되어 무사히 비행기를 탔다... 면 좋겠지만...

그렇게 인생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단다.

보딩콜 방송이 나오고 30분 동안 탑승이 시작되었다. 적당히 벤치에서 쉬다가 10분 전 탑승하려고 줄을 섰는데,,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래."

기다리며 웹툰을 세 편 정도 봤다.  그러고도 게이트주변을 슬슬 걸어도 찬이가 오지 않는다. 한참 지났는데 왜 안 와, 이 인간!!

"승객들에게 알립니다. 밴쿠버행 여행객들은 지금 즉시 게이트로 와서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마지막 보딩콜입니다."

파이널 보딩콜이 두 번이나 방송되는 동안이나 찬이는 오지 않았다. 게이트에는 탑승객이 한 명밖에 남지 않았고,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렸다. 캐나다에어 승무원들이 초조해하는 나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찬이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는다. 이대로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나 혼자 갈까? 승무원들한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얜 화장실에서 혹시 어디 부딪혀서 쓰러진 건 아닌가?

걱정이 최고조에 달할 때쯤 저 멀리서 찬이가 뛰어왔다. 아휴 다행이다! 살아있었구나,  너!

그제야 안도감이 들며 피가 돌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다행이라는 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화가 났다. 찬이 손에 여권과 티켓을 쥐어주고 코트를 입혀주면서 잔소리와 불평을 해댔다.  

"왜 이제야 와?! 뭐 한 거야? 이 사람들 다 너만 기다렸다."
"똥 마려운 걸 어떡해. 나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
"그냥 지려! 싸더라도 비행기 안에서 싸든지 해야지!"
"미안,  배가 아파서.."
"그래서 잘 해결했어?"
"어,  시원해."

시작부터 아드레날린 폭발인 한국행 비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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