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엄마가 아픈 것을 한참 동안 모르고 있다가 한국에 가기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나는 엄마가 몸이 아픈 것을 모르고, 왜 전화할 때마다 기력이 없어 보이지 궁금해하기만 할 뿐이었다. 왜 엄마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일까, 왜 자꾸 전화를 끊으려고 할까 하다가 엄마가 아프다는 걸 알고 그제야 죄책감이 들었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출발할 때 혹시나 싶어서 사무실을 대충 정리하고 나왔다. 잡다구레한 내 물건은 거의 버리고, 창틀 옆 화분과 일에 필요한 물건만 정리해 놓고 나왔다. 혹시라도 한국에 생각보다 오래 있어야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엄마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처음에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그 다음, 엄마의 아픔 앞에 나는 무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지 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내 노력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내가 의사가 아니니 내가 뭘 한다고 치료가 되는 게 아닌데, 그 사실을 맞닥뜨리고 나니 애써 침착했던 게 터져버렸다. 화가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엄마가 아픈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에 더 화가 났다. 그만큼 나는 이기적이다.
그러다 문득, 아, 이 괴로움이 바로 사랑이구나.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프지도 않을 것을.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뜨거운 눈가, 심장의 두근거림, 목까지 차오르는 버거운 감정,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은 느낌... 이 느낌이 바로 사랑 때문에 온다는 것을. 마음 아픈 만큼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고 있었구나 생각한다.
엄마가 아픈 걸 알기 전에는 마냥 엄마가 보고싶기만 하다가, 엄마 얼굴을 보고 나니 내가 엄마를 생각보다 더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엄마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생각한다. 엄마는 왜 열감, 무기력증, 우울감, 신체의 고통, 갈등, 답답함, 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겪어야만 할까. 이 고통을 치르고 얻는 결과가 무엇일까.
내가 어렸을 적 아파서 누워있을 때, 엄마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한 것을 기억한다. 나도 엄마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고 한다. 엄마는 엄마 자신이 아픈 것보다 내가 아픈 것을 더 싫어하겠지. 그 마음 또한 깊은 사랑이다.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애써 없는 사실인 척 하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한 나를 계속 괴롭힐 것이며, 이러나 저러나 우리 가족은 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로 엄마가 나에게 미안함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미안해도 괜찮다. 그 미안함도 사랑이니까.
아픔을 마주하는 것은 무섭다. 무섭지만 담담하게 이겨낼 것이다. 두려움도 고통도 다 그냥 느낌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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