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크리스틴이 물었다.
"너 컬리지 입학시험은 어떻게 됐어?"
"참, 오늘 결과 나오는 날인데. 아직 메일이 안 왔네..."
'아직 안 왔다'고 말했지만, 오후까지 메일이 안 온 거라면 떨어졌나보다 싶었다. 하루가 끝날 때까지도 메일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컬리지 입학 지원>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온 걸 봤을 때, '올 게 왔구나' 싶었다. 무거운 마음 반, 살짝 기대하는 마음 반으로 메일을 열었다.
당신의 컬리지 입학지원 상태는 프랑스어 테스트 통과 조건부 입학이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 테스트 이후 당신의 입학 신청은 거절되었습니다.
'거절'이라는 단어를 보니 마음이 훅 내려앉는다. 아, 결국 떨어졌구나! 하긴, 프랑스어 아직 알아듣기도 어려운데 뭐 ㅋㅋㅋ
넷지와 떼아에게 커피타임을 갖자고 했다. 휴가갔다올 동안 내 업무를 처리해준 넷지에게 커피 한 잔을 사주었다. 그나저나, 이사벨이 맡긴 업무가 장난 아니었을 텐데; 한 잔 가지고 떼울 수 있나?!
넷지는 단 거 좋아하는 떼아를 따라 달달한 모카치노를 주문하고, 나는 크로와상을 하나 사먹었다. 모카치노를 한 모금 마시던 넷지가 깜짝 놀란다.
"몽듀(세상에)! 떼아, 이거 왜 이렇게 달아?"
"원래 그래. 내가 단 거 좋아하거든. 그리고 아까 그 무슈가 만들면 조금 더 달고, 마담이 만들면 덜 달아. 난 여기다 더 설탕을 넣기도 하는걸?"
"나한테는 너무 달다."
달아 보여, 안 그래도 아저씨가 시럽을 넣더라고...
아무튼, 나는 동료들에게 컬리지 입학이 거절되었다고 털어놓았다. 다들 위로를 해 준다. 예전에는 거절에 민감해서 괴로웠는데, 캐나다에 오고 나서는 거절에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사실 멀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낫다. 두시간만에 훌훌 털어버리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거절 메일을 받고 난 느낌은 뭐 그렇다. 별 수 없지 뭐. 여기서 더 일하면서 배울 시간이 생겼고, 과학 공부도 빨리 끝내버릴 필요가 없다.
거절당하는 게 두려워서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티비에 나온 게 생각난다. 거절에 민감한 사람은 내향성이고 신경증이 강하다는데... 거절당하는 게 두려운 이유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할까 봐 무서워서라고 한다. 음, 그런가?
두려운 것은 자꾸 부딪히면 없어진다는데, 이 글을 쓰며 검색을 해보니 100일동안 거절당하는 연습을 했다는 지아 장이라는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경비원에게 백 달러를 빌려달라든가, 햄버거를 리필해달라는 등 일부러 무리한 부탁을 해서 거절을 당하고, 그 거절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면 거절이 두렵지 않겠지!
이제 내가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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