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엄마가 대뜸 묻는다.
"친구도 결혼하는데, 너희는 어쩔 거니?"
"글쎄... 생각을 안 해 봤는데."
"아휴, 어른들이 미리 챙겨줬어야 했는데..."
엄마가 말끝을 흐린다.
나는 30대 여자라면 흔히 받는 질문, "너 결혼 언제 할 거니?"를 드디어 들어봤다는 생각에 뭔가 재밌었다. 나는 이제까지 이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친구들의 불평을 끄덕끄덕 들어주기만 했다. 엄마가 알면 철이 없다고 한숨을 쉬려나?
나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결혼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었다. 무슨 웨딩드레스를 좋아하냐는 질문도 와닿지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동거가 사회제도로 잘 자리 잡힌 퀘벡으로 이민을 왔으니 결혼을 아예 잊고 있었다.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퀘벡 사회에 적응하는 게 더 우선이었다.
퀘벡에서는 커플이 아기를 낳고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결혼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동거커플은 1년만 같이 살면 결혼부부와 동등한 자격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세금혜택이나 은행, 의료보험, 학교, 자녀교육 모두 동거커플과 결혼한 부부가 동일한 자격을 받는다.
언젠가 회사동료 마리가 그 둘의 차이는 딱 하나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결혼하면 제일 다른 건 이혼할 때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거야. 결혼부부는 이혼할 때 재산분할에 동의하고 딱 나눠야 하지만 동거커플은 그냥 깨지면 끝이야. 그러니 서로 재산과 경제상황을 잘 관리해야지."
"오, 그렇구나."
"만일을 대비해 잘 관리하는 게 좋아. 너희는 경제상황 다 오픈했니?"
"우리는 벌써 다 합쳐서 공동계좌만 쓰는데."
"뭐?! 서로의 돈에 다 액세스가 있다고? 말도 안 돼."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한국사람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일본에 사는 친구커플이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결혼 준비하는 거 어땠어?"
"너무 힘들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알아보고, 예약하고... 너무 지쳐서 웨딩드레스도 처음 간 샵에서 그냥 아무거나 골랐어. 보통은 여러 군데 보러 다니잖아."
"아무거나 고른 것 치고는 너무 예쁘던데, 너."
"그래? 난 아무 생각이 안들고 제발 빨리 끝나라 이 마음만 있었어. 게다가 식 치르느라 일본 직장에서 모은 돈 다 써버리고, 휴가도 다 소진하고.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해!"
정말 쉬운 게 아니구나. 결혼식은 그저 드레스 입고 예쁜 게 다가 아니네.
그 와중에 내가 결혼한다는 것도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인생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만, 나는 그냥 지금 얼이 빠져 있는 상태인 것 같다.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있으니 계속 이렇게 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정작 나는 필요성을 못 느끼니 말이다.
언제쯤 해야 할까? 꼭 해야 하는 건가? 찬이는 내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다. 너나 나나 아무 생각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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