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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편지봉투에 밀랍 봉인을 찍어볼까?

by 밀리멜리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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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물론 가족을 보고 싶어서지만, 딱 3월 이맘때를 택한 건 친구 민철이의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식에서 찬이는 사회를 보고, 식이 끝나면 2박 3일간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하기로 했다. 둘의 신혼여행 겸 친구들과의 추억여행이다.

 

결혼식은 아름답고 특별했다. 식이 끝나고 예식장 옆 다이소에 들렀는데, 편지지 코너가 눈에 들어와 신혼부부에게 편지를 하나 쓰기로 했다. 함께 간 친구 돈과 편지지를 골랐다.

 

"이거 살까? 심플하고 깔끔하다."

"너무 무난해. 나는 이거 살 거야."

 

돈은 압화 꽃이 박힌 화려한 봉투와 반짝반짝한 은박무늬가 박힌 봉투를 골랐다.

 

"우와... 그거 되게 예쁘다. 근데 그건 봉투만 있잖아? 이건 편지지도 있고 편지 봉투도 함께 들어 있어! 그러니까 봉투 따로 살 필요가 없지."

"그건 안 이뻐. 이게 이쁜데."

"여기다가 그림 그리면 예뻐! 필요 없는 건 사지 말자."

"나는 직장에서 편지 쓸지도 모르니까 필요해."

"아니야, 다시 돌려놓고 오자."

"오, 너 좀 무섭네."

 

돈네 집에는 다이소에서 산 쓸데없는(?)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좀 단호하게 말했다. 돈은 항상 여러 물건을 사 놓고 다 쓰지 못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괴로워하기 때문에, 이번엔 그 고뇌를 좀 줄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쨌든 친구라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법인가 보다. 돈은 결국에 편지지 세트도 사고 봉투를 두 개나 샀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돈의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밤에 편지를 썼다.

내 눈에는 이 편지지가 이쁘건만! 안 예쁜(?) 편지지에 예쁨을 더해주고 싶어서 그림도 하나 그렸다. 편지를 이미 다 썼는ㄷ 그림을 망칠까봐 여러 번 연습했다. 

 

편지를 접어 봉투에 담아 스티커를 붙이려는데, 돈이 말했다.

 

"거기에다가 밀랍 실링 왁스해서 도장 찍을래?"

"오, 영화에 나오는 그 봉인 같은 거?"

"맞아."

"갖고 있어?"

"키트 있어. 잠깐 기다려 봐."

 

그러더니 돈은 실링 왁스(밀랍 봉인) 스탬프와 키트를 가져왔다. 쓸데없는 걸 산다고 뭐라고 했는데, 역시 돈네 집에는 없는 게 없구나...

실링 왁스 키트

"오...! 이거 멋있다. 어떻게 하는 거야?"

"이 중에서 색깔 골라서 네다섯개 정도 넣으면 돼. 빈 종이에다 연습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건 주황색이랑, 블루, 터콰이즈... 그리고 촛불에 이렇게 녹이는 거야. 너는 무슨 색 할래?"

"음... 나는 황금색이랑, 포인트 하게 붉은 색!"

 

 

"색 다 골랐으면, 숟가락에 놓고 촛불이나 라이터에 녹여. 라이터가 더 빨라.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좀 힐링되는 느낌이야."

"진짜 그러네, 뭔가 차분해지면서 힐링되는 느낌이다." 

 

 

"다 녹였으면 여기다 쏟고, 스탬프를 미리 차갑게 식힌 다음에 찍으면 돼."

 

 

"기다려 봐. 나 웨딩이라고 쓰인 스탬프도 있어. 그거 차갑게 식혀줄게."

"웨딩이 있어?! 딱 좋네! 고마워."

 

"앗! 중앙이 아니라 좀 빗나갓다."

"괜찮아, 그것도 멋이야."

스탬프를 떼고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이 빗나갔다. 나도 연습을 좀 하고 찍을걸...!

 

그래도 이렇게 밀랍 봉인을 보니 생각보다 더 멋스럽다.

 

이거 너무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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